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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털린의 역설

편집부   
입력 : 2008-12-10  | 수정 : 200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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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을 발표했다. 이 가설을 부정하는 경제학자들도 있지만, 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이 행복지수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행복지수가 상승하지만,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들이 많다. 포틀랜드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로베르트 디너는 인도의 학자와 함께 캘커타의 노숙자들과 미국 도시의 노숙자들을 인터뷰했다. 인도의 노숙자들은 한 달 평균 24달러, 미국의 노숙자들은 270~358달러의 돈을 사용했지만, 행복지수는 인도 노숙자들이 높았다.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 것일까? 물론 아니다. 그들은 가난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주위에 비교할 사람이 적기 때문에 행복하다. 경제학자 사라 J. 솔닉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사람들로 하여금 원하는 사회를 선택하도록 했다.

1. 당신의 연소득이 5만 달러이고, 다른 사람들은 2만5천 달러를 버는 사회
2. 당신의 연소득이 10만 달러이고, 다른 사람들은 20만 달러를 버는 사회

그 결과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1번을 선택했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다른 사람이 더 번다면 사람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이웃이 부유할수록 부유함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결국 불행이란 나의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할 때 찾아온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행복지수가 감소하고 우울증이 증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에는 자신이 특별히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잘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불행을 느끼는 것이다.

이웃의 행복을 시기하지 말라. 행복한 사람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다.

이 용 범/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