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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불교교류마저 중단해서는 안된다

편집부   
입력 : 2008-11-27  | 수정 : 200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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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초경색의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불교 교류마저 중단될 사태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0월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추부길 목사가 초청자인 조선불교도연맹 관계자들과 있지도 않았던 대화 내용을 언론에 보도케 했다는 사건이 남북 불교교류마저 중단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경위를 살펴보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많다. 우선 평양까지 가서 ‘정권실세’임을 자칭한 사람으로 인해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대해 아연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남북교류의 초보자 수준도 못되는 사람들의 경솔한 언행들로 인해 10년 넘게 공들여 쌓아온 남북불교도들의 우의와 연대가 한 순간에 허물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추 목사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은 북관대첩비 반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한일불교복지협회의 초산 스님을 초청하였다. 초산 스님은 본인을 비롯해 북관대첩비기념사업회장과 사무총창 추부길 목사 등 3명의 초청대상자 명단을 북측에 보내 방북하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잘못되었다. 북관대첩비기념사업이 초종파적인 일이기는 하나, 그것은 한일불교복지협회라는 초산 스님 개인단체에 다름 아닌 것이다. 결국 불교단체가 불교도연맹의 초청을 받아가면서 이교도인 목사를 포함시킨 것이다. 청와대 입성경력이 있는 현 정권의 실세를 포함시켜 자신의 위상을 높여보려는 초산 스님의 공명심이 작용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조선불교도연맹의 잘못도 있다. 왜 불교도 초청자 명단에 목사가 포함된 것을 거르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추 목사가 촛불시위 참가자들을 ‘사탄’이라고 발언하여 물의를 일으켰던 전력이 있는 장본인임을 알고 있었다. 필자는 공교롭게도 그들과 같은 기간에 다른 기관의 초청으로 평양에 가서 같은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들의 일정을 지켜볼 수 있었고, 10년 이상 조불련 관계자들과 교류를 해온 경험자로서 이번 사건의 진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가운데 하나이다. 추 목사 일행이 평양체류 기간 동안에 접촉한 대상은 오로지 조불련 심상진 위원장을 비롯한 불교관계자들뿐이었다. 북한과의 교류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조불련 관계자들은 국방위원장의 신상이나 남북관계 등을 언급할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고, 과거에도 그런 전례가 없다. 그럼에도 추 목사 일행은 돌아와서 언론에 마치 그들과 협의한 것처럼 남북관계 비공식채널이니, 국방위원장 약 전달약속이니 하는 내용이 보도되게 하였던 것이다. 물론 사건이 확대되고 조불련측이 강력한 항의를 제기하자 초산 스님과 추 목사 등은 사과전문과 더불어 해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하였다고 한다.

조불련 관계자들은 지난 11월 개성에서 진각종, 천태종 관계자들을 만나 이 문제로 인한 자신들의 곤혹스런 처지를 호소하였으며 조계종, 원불교 등에도 이 사실을 알려 남북불교 교류가 중단 위기상황에 있음을 토로하였다. 이에 대해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차원에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범종단 차원의 대응방식이 나올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검증되지 않은 채널로 검증되지 않은 방식의 사람들간 교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남북대화 전면 중단상황도 이러한 아마추어 인식을 가진 대북정책 입안자들의 산물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건의 추이야 어떻든지 남북 불교교류는 민간교류이고, 공식적인 남쪽 불교단체가 일으킨 사건도 아니기에 남북불교교류가 중단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남북불교의 지도자들과 교류 실무자들의 지혜로운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