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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살아남기

편집부   
입력 : 2008-10-29  | 수정 : 200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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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가기가 팍팍해졌다. 10년 전에도 경험했듯이, 최근의 경제위기로 절박한 상황으로 몰리게 될 사람들은 결국 평범한 사람들일 것이다. 한때 세속의 욕망을 갈구하던 이들도 공포와 절망이 지배하는 시기에는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1970년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사회심리학자 도널드 켐벨은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바 있는 22명의 삶을 추적하여 그들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바 있다. 조사 결과 복권에 당첨되었던 사람들과 일반인들의 행복지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도널드 캠벨은 이러한 현상을 '쾌락의 쳇바퀴'라고 불렀다. 행복을 아무리 획득한다 해도 인간은 심리적으로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 바로 '적응효과' 때문이다. 복권에 당첨된 순간 그 사람은 무척 행복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뎌져 결국엔 복권당첨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쳇바퀴 위를 열심히 달리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절망 역시 마찬가지이다. 196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세 집단의 동물을 상자에 가두고 전기충격을 가했다. 전기충격을 피하려면 장애물만 뛰어넘으면 된다. 하지만 장애물을 뛰어넘는 훈련을 받은 집단은 전에 배운 것을 위기상황에 적용시킨 반면, 아무런 훈련을 받지 않은 집단은 무기력하게 전기충격을 받아들였다. 이 실험결과는 절망도 학습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절망을 무방비 상태로 수긍하게 되면, 벗어날 방법을 찾는 길도 요원하다는 말이다.

이제 절망감에서 벗어나자. 가장 현명한 방법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오히려 위기는 우리에게 학습과 경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것이 기억에 남으려면 그것은 달구어져야 한다. 부단히 고통을 주는 것만이 기억에 남는다.'

이용범/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