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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창신

편집부   
입력 : 2008-03-28  | 수정 : 200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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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바뀌자 지난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정책실패, 경제실패, 모든 것이 실패했다는 것이고 어떤 사람은 나라까지 말아먹었다는 듯이 핏대를 올렸다. 도대체 무엇을 얼마만큼 실패했는지 묻고 싶었다.

그리고 새정부의 정책이 속속 발표되었다. 작은정부, 영어교육, 건강보험, 운하건설 등등. 영어문제는 나라를 온통 들끓게 했다. 그때까지도 새 대통령은 여유작작했다. 자신은 경제대통령이고 그것만 살리면 부수적인 문제는 다 해결된다고. 하지만 세상의 기류가 대통령 생각을 따라주지 않았다. 원화폭락, 물가상승, 원자제값 상승, 곤두박질치는 미국 경제 등 호재로 이용할 뉴스가 거의 없었다.

얼마 전 뉴스에 작년 우리의 GNP가 2만불이 넘었다고 보도했다.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임기 내 지켜진 셈이다. 한데 왜 그 누구도 그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나?

며칠 전 어떤 모임에 갔다. 사람들은 모두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가 돈이 그렇게 많았다는 것도 놀랐지만 본인 스스로 배용준보다 적네 어쩌네 했을 때 정말로 놀랐어, 더욱이 아직 임기도 끝나지 않은 사람들을 이름까지 거론하며 자진사퇴를 요구하다니 그 사람 7, 80년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아냐? 누가 아니래, 언뜻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권력가처럼 보이기도 했어. 그들은 완벽한 새살림을 원했고 또 그렇게 해왔지.

그러나 지금은 깡그리 새살림을 꾸릴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아니다. 정치, 경제적 상황도 아주 다르다. 어떤 분야에서도 일인독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시민들 또한 그걸 잘 알고 있다. 니체도 말했다. ‘인간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거기서 미래를 건져오기 위해서다’라고.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출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 우리의 장관께서도 그 말을 새겨주었으면 좋겠다.

윤정모/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