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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個性) 찾기

편집부   
입력 : 2008-02-28  | 수정 : 200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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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경점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이 눈 크기보다 조금 넓은 정도로 작은 것 일색이다. 그 작은 안경들이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다 어울릴지는 못내 의문이다.

10여 년 전에는 남자 양복 윗도리의 단추가 모두 3개짜리만 팔고 있어 황당하고 답답했었다. 단추 2개짜리 양복이 없느냐고 물으면 양복점에 가서 맞추어 입으라는 퉁명스런 답변이 돌아올 뿐. 게다가 바지도 허리부분에 양쪽으로 3군데씩 주름을 잡아 엉덩이부분이 엄청 넓은 것만 있어, 1자 모양 바지를 선호하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피곤한 시절이었다. 내가 보기로는 키 작은 사람이 양복 윗도리 단추가 3개짜리를 입었을 때 그다지 어울리는 것 같지 않다.

세월이 흘러 5년 전에는 여자 바지가 무릎 아래까지만 내려오는 이른바 ‘7부바지’가 크게 유행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것 역시 키가 작고 다리가 짧은 여성의 경우 치마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무렵의 유행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현상이나 획일적인 것에 대해서 꽤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똑같은 사회는 왠지 창의성이나 문화창달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7~8년 전 쯤에는 나의 강의를 듣는 대다수 학생들이 노란색 머리염색을 하고 있길래 “머리염색 하는 것은 괜찮은데 이왕이면 빨강색, 보라색, 파랑색 등으로 다양했으면 좋겠다”고 개성을 강조한 적이 있다.

개성은 개인성(個人性) 또는 개체의 특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이희승,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나는 선진사회라고 하는 것은 ‘구성원이 각자 개성을 지닌 채로 어떤 규칙에 따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나라 여러 도시에서 옛 시가지를 새로 단장하고 가꾸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는 듯 하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지금 있는 건물들의 각각 다른 형태를 충분히 살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똑같은 것에는 금방 식상한다. 경주 불국사 아래의 우람하지만 한결같이 콘크리트 벽체에 기와를 올린 상가와 숙박시설이 썰렁한 것은 ‘개성 지키기’에 실패하였다는 것을 증명하여 주고 있다.

우리 모두 개성을 살리자. 한꺼번에 머릿속에 까지 개성을 채우는 것이 벅차다면 겉모습이라도 개성찾기에 나서자. 단, 모든 개성찾기 작업은 남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박홍국(위덕대 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