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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주는 편지

편집부   
입력 : 2008-02-18  | 수정 : 200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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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에게 가장 바쁜 때는 설날 전후가 될 것이다. 차례상 준비는 물론 인사를 해야할 친척들, 명절이 끝나고 자식들이 떠날 때 이것저것 챙겨 주는 것도 어머니들의 일이다.

나에게 가장 큰일은 아이에게 주는 새해 편지다. 당부하고 싶은 말을 미리 써두었다가 아이가 일터로 돌아갈 때 가방에 넣어주는 것인데 올해도 그 내용은 작년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라. 항상 내강외유를 명심해라….’

아이가 어학원 팀장이 된 뒤부터 해오던 당부였다. 한데 문득 아이의 고백이 떠올랐다. 지난 번 수능 때 자기 팀의 한 선생이 부친의 교통사고로 병원으로 간다는 것을 ‘당신이 간다고 해서 아버지가 금방 일어나시느냐, 지금 당신에게 더 중요한 것은 수험생들이다, 시험 끝나면 가도록 하라….’ 그 뒤로 내 아이는 그 선생을 볼 때마다 괴로워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에게 외유내강은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내 지난날을 돌아보자 그 과거의 길목에는 수많은 과오들이 바위처럼 길을 막고 있었다.
‘너는 항상 외유내강을 강조해왔다. 한데 너의 태도들은 그와 반대였지 않느냐. 상대의 실수를 여지없이 비판하지 않았느냐….’

내 과오의 바위들은 실상 상처의 바위였다. 남에게 관대하지 못한 결과 자신을 학대하고 흔들어댄 그 생채기였다. 그랬다. 길을 걷거나 집안일을 할 때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일들, 그럴 때마다 절로 터져나오는 괴로운 한숨, 한데 그런 회한들이 내 인격도야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오히려 자학의 공간만 넓혀오지 않았는가. 

나는 다시 새해 편지를 썼다.  
‘얘야, 때로는 자기 실수도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

윤정모 /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