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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 한다는 것

편집부   
입력 : 2007-12-27  | 수정 : 200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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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에 공항에서 탑승수속을 하려고 항공권을 제시했다가 무척 당황했던 일이 떠오른다. 내용인즉 항공권과 여권에 기재된 영문이름의 철자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항공권을 구입한 여행사에 급히 전화를 하고, 또 그쪽에서 항공사 카운터로 확인절차를 거치고….

겨우 출국수속을 마치고나서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왜 일을 그 모양으로 하느냐?”고 항의를 하니 그는 건성으로 사과를 하더니 그래도 자신은 ‘최선’을 다 했다는 것이었다. 뭐! ‘최선’을 다했다고?

항공권을 발행할 때는 승객의 성명, 항공기 편명, 행선지, 탑승날짜와 시간, 좌석의 등급 등을 모두 기재하고 다시 한 번 한 글자씩 짚으며 소리 내어 읽어보면 거의 실수하지 않게 되는데…. 그 무심한 여행사 직원의 변명에 한층 더 화가 치밀어 오르던 순간 나는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항의를 대충 마무리했다. 왜냐하면 일의 시작은 분명히 항공권을 잘못 발권한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비롯되었지만, 항공권을 받을 때 내 쪽에서라도 꼼꼼하게 확인하였다면 공항에서의 낭패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돌아올 때 도쿄 나리타공항 구내에서 서양인 기장(영국항공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의 특별한 안경을 보고 크게 감탄하였다. 그 기장의 안경은 양쪽 다리에서 머리 뒤로 돌아가는 튼실한 띠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항공기 조종 중에 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이착륙 때 기장의 안경이 벗겨지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모든 승객의 생명이 위태롭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제각기 맡은 일을 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이처럼 아름답다. 때로는 숭고하여 보인다. ‘최선’을 다하는 방법이야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매사에 확인, 재확인 하는 것이 ‘최선’에 다가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치열하지만 조용하다. 결코 요란스럽지 않다. 쓸데없이 폼을 잡거나 생색내는 법이 없다. 대충대충 일해 놓고 문제가 생겼을 때 그래도 자신은 ‘최선’을 다했노라고 변명하지 않는다. 그리고 늘 남을 배려한다. ‘최선’이라는 단어를 필요 이상으로 자주 입에 올리는 사람은 결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아니다.

박홍국/위덕대 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