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편집부   
입력 : 2007-11-16  | 수정 : 2007-11-16
+ -

조니 뎁과 말론 브란도가 주연한 영화 '돈 주앙'은 다소 황당한 스토리를 지녔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낭만적인 대사들로 넘쳐난다. 자신이 돈 주앙이라며 자살을 시도하려다 정신감정을 받게된 청년과 정년퇴임 직전의 정신과 의사의 대화를 통해 영화는 현실과 공상의 경계를 허물며 실마리를 풀어간다. 주어진 열흘 안에 정신과 의사는 이 청년이 정상인지 아니면 정신병자인지를 판별하여 법원에 통보해야 한다.

천 명이 넘는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었다는 자칭 ‘돈 주앙’의 바람둥이 오딧세이를 듣고 있노라면 분명 미친 사람이라고 여기겠지만 의사는 점점 이 청년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가 진짜 돈 주앙이라 믿게 된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가 어떻게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진실과 거짓의 이분법을 과감히 해체하여 보이지 않는 세계를 현실로 끌어들인데 있다. 상식적으로 청년은 과대망상증 환자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상식의 틀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순수하기 그지없는 희대의 로맨티스트 돈 주앙을 만나게 되고 그의 달콤한 언어를 신뢰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나는 여자를 마음의 눈으로 봅니다. 그녀들이 지니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돈 주앙(자칭)의 이 말을 들은 의사(말론 브란도)는 지금까지 보이는 것만 믿어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난 후 정년퇴임 후의 인생을 설계하며 마음의 눈으로 수십 년을 함께 살아 온 부인을 바라보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당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이었지?”라는 질문에 아내는 “나는 평생 당신에게 이런 말을 듣지 못할 거라 생각 했어요”라며 눈물을 흘린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상대의 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돈 주앙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그가 수많은 여인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외모나 배경보다 그녀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던 아름다움을 이끌어 내 준 고마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면 현실의 삶은 신화의 영역에까지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것과 진정한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돈 주앙’은 낭만적으로 속삭여 준다. 

김정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