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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금강계단은 왕권강화 목적”

편집부   
입력 : 2007-11-05  | 수정 : 200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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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불교문화학회 학술대회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진각대 김경집(가운데)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신라 진골출신의 자장(慈藏)율사는 신라불교계를 통할하는 대국통의 중책을 지냈으며, 신라의 불교이념을 정리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통도사와 금강계단을 설립했다는 논문이 발표돼 통도사를 설립한 자장율사와 금강계단 설립의 역사적 상황을 다시 살펴보는 기회가 됐다.

10월 20일 오전 10시 경남 양산 통도사 설법전에서 ‘불교 계단의 성립과 전개’를 주제로 개최된 동아시아 불교문화학회 제4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진각대 김경집 교수는 ‘자장과 금강계단’이라는 논문을 통해 자장이 금강계단을 설립한 것을 중심으로 신라불교의 이념에 대해 논의했다.

김 교수는 “자장은 선덕왕의 요청으로 귀국 후 대국통에 임명되고 646년 통도사와 금강계단을 설립했다”며 “대국통에 임명된 자장은 교단을 정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승단의 출가에 대한 의식정립을 목적으로 금강계단을 쌓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선덕왕은 불교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국가적으로 관리하려 했다”며 “왕권이 약화된 선덕왕 당시 불교의 통합으로 왕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사찰을 위해 통도사와 금강계단을 설립했다”며 금강계단 설립의 내면적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금강계단을 세우기 전 신라의 불연사상은 대부분 황룡사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자장이 왕의 칙명으로 중국에 다녀온 뒤 계속적으로 세력이 커진 귀족들이 왕권강화를 위한 새로운 사상정립을 용인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경주를 벗어나 통도사와 금강계단을 설립하고 그 종교적 배경으로 중국에서 만난 문수성인과 신인, 호법용의 이야기를 옮겨와 진신상주(眞身常主)를 상징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즉 자장의 금강계단 설립은 종교적인 외형적 이유뿐만 아니라 왕권강화를 위한 정치적 이유가 다분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끝으로 “자장이 금강계단을 설립한 것이 왕권과 귀족세력 간의 갈등상황 속에서 왕권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처였으나 이러한 시도는 이후 김춘수, 김유신 계열로 권력이 이양되면서 불연속의 상황 속에 놓이게 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이번 논문은 자장이 통도사와 금강계단을 설립해야 했던 목적과 그 불교사적 의의에 대해 정치상황의 논리와 입장으로 바라온 새로운 시선으로 눈길을 끌었다.

한편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열린 통도사 개산문화대제의 일환으로 개최된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는 통도사 율주 혜남 스님의 ‘불교에서 계단의 구조와 의미’라는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금강대 백도수 교수의 ‘인도불교에서 계단의 구조와 의미’,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종교연구원 황규씨의 ‘중국불교의 제도윤리’, 통도사 율원장 덕문 스님의 ‘한국불교에서의 계단의 구조와 의미’, 일본 종지원대학 백준원 교수의 ‘일본불교에서 계단의 구조와 의미’ 등 5편의 주제논문이 발표됐다. 이밖에도 ‘근현대 한국불교의 네 가지 유형의 모델’(성원 스님), ‘청규의 율장수용과 변화에 대한 고찰’(신공 스님), ‘신라 하대의 불교와 정치’(박희택 위덕대 교수) 등 자유발표도 이어졌다.

양산= 김보배 기자 84bebe@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