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만다라

지난날 우리들의 얼굴

편집부   
입력 : 2007-10-16  | 수정 : 2007-10-16
+ -

며칠 전에 포장 이사를 했다. 센터 직원 둘과 몽골인 두 명이 한 팀이었다. 몽골 여성은 부엌 살림살이를 챙겼고 청년은 무거운 짐을 운반했다. 한국말도 곧잘 했고 일하는 폼도 시원시원했다. 여성은 손끝이 어떻게나 야무진지 버려도 좋을 것까지 다 챙겼다. 

그날 오후였다. 새집으로 이삿짐을 들일 때 센터 직원이 몽골청년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밀차를 가져오라 했는데 다른 걸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내가 들어도 욕설이 너무 심했다. 청년도 화가 났던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화를 가라앉히려고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붙여 물었다. 연기를 내뿜는 청년의 모습에서 나는 과거 우리들의 자화상을 떠올렸다.

6, 70년대는 우리도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나갔다. 모두가 풍요라는 꿈을 안고 독일, 미국, 일본으로 나갔으나 주어진 일은 힘든 노동뿐이었다. 대학졸업자 또한 미국에서는 허드레일을 했고 자식을 따라간 할머니는 말이 통하지 않아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오사카 인간시장으로 간 사람은 지리를 몰라 10킬로미터 이상 걸어다니기도 했다. 월남전 때 미군소속 중장비 기술자로 간 내 외삼촌은 말을 잘못 알아들어 엉뚱한 곳의 땅을 팠고, 그 대가로 반달치 월급이 깎였다고 두고두고 탄식했다.

그런데 이제 처지가 바뀌었다. 수모를 받던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능멸하고, 공장에서는 몇달치 월급을 주지 않는 것도 다반사라고 한다. 그럼에도 견디는 것은 과거 우리가 그랬듯이 고향에 두고온 가족들 때문일 것이다. 청년이 돌아와 일을 시작하자 나는 마음 속으로 사과를 했다.

"옹졸한 한국인들을 용서하세요."

윤정모/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