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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직위)와 계급

편집부   
입력 : 2007-08-29  | 수정 : 200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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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에 입대하기가 죽기보다 싫어서 온갖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는 젊은이가 적지 않은 듯 하다. 그렇지만 군대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그 긴 시간동안 아무런 배움이 없겠는가?

나는 군에서 이 글의 제목인 ‘자리와 계급’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기에(필시 남보다는 늦었을 것이다) 온통 허송세월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어느 날 내가 믿고 의지하던 상관(하사관)에게 ‘존경심이 담기지 않는 경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 대답이 명쾌하였다. “우리는 거의 예외 없이 상관의 인격을 향해서가 아니라 바로 모자와 어깨에 달린 계급장에 무조건 경례하는 거야.”

사람만큼 높은 자리(권력)와 명예, 돈에 쉽게 취해버리는 동물이 또 있을까? 우리는 비교적 참신하던 사람도 어떤 자리에 앉으면 눈 깜박할 사이에 오만불손하게 되는 것을 자주 본다. 그 주변사람들은 그 사람의 의자(직위)를 보고 굽신거리는 것인데….

그런 사람 옆에 “저는 부장님(예를 들자면)을 상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깊이 존경하기 때문에 따르는 것입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아첨꾼이라도 있게 되면 더욱 위험해진다. 대부분 취해서 나가떨어진다. 그게 사람이다.

나는 간혹 기대하는 후배나 제자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 “지금 갑자기 네가 자리를 잃었을 때 네 주변에 몇 사람이나 남아 있을지를 늘 생각하면서 처신하라.” 좀 더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일하자는 얘기다.

흔히 이런 글이나 충고를 대하여도 ‘다른 사람은 그럴지 모르지만 나의 경우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시하기 쉽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지독한 착각이다.

그런 의미로 우리 모두 잠시 동안(실제로는 찰나) 우리들에게 맡겨진 의자를 매일 아침에 한 번씩 바라보며 스스로를 경계하여 보면 어떨까? 그렇게 하다보면 혹시 그 의자 수준에 맞는 인격이 갖추어지는 큰 복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박홍국/위덕대 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