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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편집부   
입력 : 2007-08-14  | 수정 : 2007-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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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시도 때도 없이 초콜릿을 먹어댄다. 아마 잠자는 시간이나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하루 종일 초콜릿을 우물거리고 있을 것이다. 초콜릿이라면 종류나 맛을 가리지 않는다니 진정한 초콜릿 매니아(?) 라고 해야 되나. 당을 과다섭취 했을 때 오는 몸의 부작용을 생각하며 주변인들이 우려의 말을 던지기도 하지만 k는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는다. 도리어 말 던진 사람이 머쓱해져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게 된다. 이쯤 되면 중독인가?

주변에서 무엇인가에 중독된 사람들을 흔히 본다. 중독되기 쉬운 대상들은 도처에 깔려있다. TV중독, 쇼핑중독, 게임중독, 알코올중독, 약물중독, 통신중독, 음란물중독, 심지어는 도벽중독이나 운동중독, 일중독까지…. 그 중에는 삶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중독들이 많다.

베타 엔돌핀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 운동중독을 예를 들자면, 운동 시 가장 힘든 순간인 데드포인트를 지나 계속하게 되면 베타 엘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며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현상은 마라톤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무엇인가 자신의 의지로 자제하거나 끊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만약 끊었을 경우 끔찍한 금단현상을 맛보게 된다.

어쩌면 인간은 살아가면서 무엇인가에든 중독될 수밖에 없는, 유전자적 취약점들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무엇에 중독되어야 할 것인가? 나는 지금 무엇에 중독되어 있나? 그것이 지금 내 인생에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 건가?

나도 뭔가에 깊이 빠져 있다. 글쎄,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수위를 넘어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지 아닌지, 분간이 안 되는 것들도 있다. 오징어와 맥주가 그렇다. 날씨가 무더운 요즘에는 질긴 오징어 다리 하나 씹으며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셔야, 사는 맛이 짜릿하게 느껴진다. 또 김치도 그렇다. 몇 해 전에는 인도 배낭여행 당시 육개월 동안 김치를 담아 들고 다녔었다. 현지 음식에 입맛을 들여 즐기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양배추나 무, 오이를 사서 소금과 고춧가루에 대충 버무려서라도 김치를 내내 만들어 먹었다. 또 활자에 중독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사랑에 중독되어 있다. 그리고 또….

나는 지금 어제 k에게서 받은 초콜릿 포장을 뜯는다. 달큼한 향내가 미각을 자극한다. 한 조각 혀끝에 대본다. 그 맛이 깊고 어두운 블랙홀의 맛처럼 황홀하게 나의 오감을 잡아당긴다.

강은경 /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