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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평상심

편집부   
입력 : 2007-07-12  | 수정 : 200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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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을 하다보면 같은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지루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돌아보면 지금은 지루한 일도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긴장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적응하여 온 것을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너무 익숙해짐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처음의 그런 긴장은 내겐 없었던 일처럼 잊고 지내며 지루함만 탓하는 때가 많다.

얼마 전 기차를 탈 일이 있어 그 시간에 맞는 분량의 책을 한권 들고 나섰다. 내용 가운데 사람들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 난 다음의 유형을 네 가지 형태로 나누어 설명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형태는 목적을 성취한 뒤에도 동물적으로 또 감각적으로 새로운 다른 목적을 찾아가는 타입이고, 세 번째 형태는 안도감에 빠져 조여맨 운동화 끈을 풀고 슬리퍼로 갈아 신다가 슬리퍼조차도 벗어 던지는 느긋한 마음으로 자기가 이룬 성취 결과까지 줄이는 타입이다. 네 번째 형태는 세 번째와 같은 스타일로 느긋하다가 위기감을 느껴 다시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길을 찾아나서는 경우다.

우리 일상은 쉼 없는 계획의 연속이다. 그 계획을 이루기도하고, 못 이루기도 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목적을 이루었느냐 못 이루었느냐보다 그 다음 단계에서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변화를 하기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책을 읽으며 찬찬히 생각하였다.

지금 세상은 변화와 혁신이라는 단어로 가득 차 있다. 구성원들에게 새로움을 창조하여 더 나은 조직을 만들 것을 주문하고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변화하고 혁신하고 있다. 그러나 급작스레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것은 평소에 늘 변화하고, 새로운 목적을 찾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일에 소홀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해 씁쓸한 기분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 단발성 변화와 혁신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심인당에서도 소리통일화 작업이라는 변화를 본다. 국악 음조의 서원가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전에 것을 그대로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조금 지나니 우리 정서에 잘 맞을 뿐 아니라 신선한 느낌도 들어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또 스승님과 대중이 화답하여 부르니 더욱 친밀감과 즐거움도 느끼게 되었다. 갑작스런 변화와 혁신보다는 지금의 상태를 잘 유지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하여 쉼 없이 개선해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와 혁신을 한 순간에 모두 해치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새로운 서원가는 이런 차분하면서도 쉼 없는 변화의 모범을 보는 듯하여 더욱 흐뭇하게, 기쁜 마음으로 부르고 있다.

한 경 필/위덕대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