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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문관 수행일기

백근영 기자   
입력 : 2007-02-14  | 수정 : 200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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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없는 문 빗장을 열다, 김성우, 클리어마인드, 12.000원) "나는 여기 무문관에 날짜 채우려고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화두를 뚫기 위하여 들어왔을 뿐이다. 화두가 간간이 끊어지기도 하고 성성하기도 하지만, 그저 의심을 키워 나가려고 할 뿐이다. 이 뭣고?" 처음 무문관에 입방했을 때를 서술한 수행일기의 주인공이 밝힌 각오이다. 무문관 수행일기는 남쪽의 어느 선원 무문관에서 3년 7개월 간 폐문정진을 마치고 나온 한 수좌스님이 온몸으로 병고를 이겨내며 쓴 생생한 참선수행의 기록이다. 한국 선의 용맹정진하는 기상을 보여주는 무문관 수행은 한번 선방에 들어가면 오랫동안 바깥세상과 절연하고 오로지 내면수행을 통해 불생불멸하는 자신의 참주인공을 찾는 참선방법의 하나이다. 이 수행일기는 10개월 여 동안의 무문관 생활에서 겪은 소박한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적고 있으며, 참선 중에 겪은 내면의 체험을 가감 없이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수행일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록의 양이 짧아지고 급기야 10개월 여 만에 중단되고 만다. 이는 모든 언어와 문자를 초월해 침묵의 세계로 들어가는 수행자의 사교입선의 여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더없이 귀중한 기록이 된다. 당초 수행일기를 쓴 수좌스님은 이 일기를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무문관 수행에 대한 기록물이 전무해 새로 무문관에 들어가는 수행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과 불교계 내외의 무문관 수행에 대한 높은 관심을 부분적으로나마 소개해야 한다는 출판사와 저자의 명분에 떠밀려 부득이하게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저자는 스님의 수행일기 원문을 그대로 유지해 책에 수록하고 있으며, 전문용어는 일부 한자와 주석을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도록 편집했다. 책에는 수행일기 외에 도봉산 천축사, 천성산 조계암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문관 수행처 일곱 곳과 무문관을 통해 선수행의 맥을 이어 온 경허, 효봉, 경봉, 성철, 청화 스님 등 역대 고승들의 수행담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조금 더 쉽고 조금 더 편한 것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문 없는 문의 빗장을 열기 위한 한 구도자의 숭고한 수행일기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백근영 기자 muk@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