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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3권)시 있는 공간… 시 읽는 시간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8-28  | 수정 : 200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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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에 취하여-효림 스님·바보새·7,000원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임영석·문학의 전당·6,000원 가재미-문태준·문학과지성사·6,000원 사물을 응시해 깨달음을 추구하는 시에는 정서가 깊다. 불교적 개념이 직접 표출되지 않더라도 시인은 상상력을 통한 선의 사유를 얻는다. 불교사상이 내재된 시에는 윤회, 해탈 등의 화두가 있고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다. 시의 언어로 태어난 불교를 보고, 삶의 성찰이 담긴 시를 읊어보자. "스스로 마음을 비운다 비운다 하면서도/돌아보면 남아있는 자존심/얼마나 비벼 빨고 헹구어야 하나/문득 고개 들어 쳐다본 초겨울 하늘/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다."('빨래' 전문) '유심' 1회 신인상을 수상한 효림 스님은 소외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는 스님이다. (사)실천불교전국승가회 공동의장이며, 현재 만해마을에 거주하는 스님은 만해사상을 실천하는 승려로 유명하다. 현실을 파고드는 시어, 자연의 멋스러움을 표출하는 시어는 스님만이 지닌 특징이며, 특히 신작시집 '꽃향기에 취하여'에는 혁명의지와 민중의식 등이 살아있는 등 범상치 않은 작품이 담겨있다. '흔들리는 나무' 이후 3년 만에 펴낸 이번 시집에는 꾸미지 않은 자유로움, 불교의 평등과 자비사상, 실천의지 등이 시 세계로 그려지는데,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긍정적인 심상으로 그려져 새로운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임영석 시인은 신작시집 '어둠을 묶어야 별이 뜬다'로 독자와 소통하고 있다. 시인은 상처와 고통을 삶의 향한 본능의 힘으로 참고 견뎌낸다. 어둠을 결코 피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삶은 어둠이며, 동시에 빛이라는 시인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듯하다. "(중략)두 눈을 감고 새벽 기도를 하다보면/때때로 마음이 통하는 날이 있다//함박눈 온 새벽/땅 위의 나무들은 서 있는 죄로/무거운 벌을 받으면서도/편하게 눕지 않고, 뜻을 세워/마음이 통하기 위하여 기도를 한다."('새벽 기도' 중에서) 불교적 사유를 통해서도 이러한 태도는 드러나는데, 힘든 묵언수행 속에서 뜻을 세우고 정진한다면 마음이 통하는 날이 찾아와 지난날의 고통은 사라진다. 고생이 아닌 고행으로 여겨져, "펄펄 끓는 물을 안고" 있는 냄비도 번뇌하는 기도와 같은 부처님처럼 보인다. "허공에 매달려서" 소리를 토하는 목어도 속을 다 비운 끝에 예불 공양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불교방송 PD이자 연이은 수상으로 화제가 된 문태준 시인은 최근 '가재미'를 출간해 서정시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쉬운 시를 쓰고 싶다는 시인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존재를 그리면서 생성과 소멸에 대해 말한다. 이는 '빈손이다' '이 모든 찰나에게 비석을 세워' 등의 시구처럼 불교의 윤회사상에 맞닿아 있으며, 시종일관 따뜻하고 속 깊은 시인의 정서를 전달한다.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 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있다/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가재미' 중에서) 친척의 문병을 가서 수평의 위치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지만 시인은 "그녀가 살아온 파랑같은 날들"을 본다. 슬픔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려는 자세는 아픔 속에서도 이별에 대한 의연함을 낳는다. "불교는 삶의 고민에 대한 질문과 답을 해준다"는 시인의 작품에서 생명에 대한 이해, 선시적 경향은 더 반갑게 느껴진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