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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잔의 차 한 조각의 마음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7-12  | 수정 : 200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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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의 다인(茶人)기행·정찬주·열림원·13,000원) "찻물 끓는 대숲소리 솔바람소리 쓸쓸하고 청량하니/맑고 찬 기운 뼈에 스며 마음을 깨워주네/흰 구름 밝은 달 청해 두 손님 되니/도인의 찻자리 이것이 빼어난 경지라네." 다인에게 차 한 잔은 몸과 마음을 닦는 수행의 길이다. 진정한 도를 이야기하는 데 방편이 되고 험난한 현실 가운데에서 사색과 고독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벗이 된다. 저자는 고운 최치원에서부터 초의선사, 춘원 이광수에 이르기까지 50인 다인들의 차 한 잔의 의미를 찾는 책 '다인(茶人)기행'을 출간하면서 "차 한잔 속의 향과 깊은 맛에 자신을 놓아버려라, 만 가지 천 가지의 말도 차 한잔 마시는 것 밖에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오늘날 지혜와 위안을 선사함으로써 역사를 이해하는 또 다른 시각과 흥미를 전달해준다. 이 책에는 다승(茶僧), 다유(茶儒), 다의(茶醫), 다성(茶聖), 다선(茶仙), 다부(茶父), 다모(茶母), 다불(茶佛), 다가(茶家), 다시(茶時) 등 차가 쓰이는 많은 단어와 차향을 닮은 다양한 이야기가 책장에 어우러져 있다. 지역별로 기행동선을 나열해 다인과 유적지를 쉽게 연결시키고 있는데 곳곳에 담긴 차향은 지역마다 조금씩 달리 느껴진다. "옛 사람의 차 한잔, 마음 한잔"을 통해 다인의 삶을 만나고, 나를 만나고, 차의 의미를 묻고 기행의 마음까지 되묻는 모습에서 마치 차를 달이는 듯한 정성이 묻어난다. 책은 호남에서 만난 다인, 영남에서 만난 다인, 경기·충청에서 만난 다인, 강원도에서 만난 다인 등으로 나뉘어있다. 그곳에서 만난 다인들은 저마다 차 한잔으로 뜻을 품고 세상을 논하고 번뇌를 잊으며, 정성스러운 차를 끓여 풍류를 즐기고 글을 읽으며 시를 읊는다. 책을 통한 전국을 기행하면서 차향 가득한 우리 조상을 만날 수 있어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역시 향긋하다. 요 근래 차 문화는 웰빙(well-being)과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예전의 차 문화가 조상들에게 일종의 네트워크 계기가 된 것처럼, 다우(茶友) 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도 뜻 깊은 일일 것이다. 저자가 "진정한 다인은 차를 잘 마시는 사람이 아닌, 차의 성품을 닮은 사람"이라고 밝혔듯 책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닦고 진정한 도를 이야기할 수 있는 진정한 다인이 돼 본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