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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선방 스님들 구도현장 담아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6-23  | 수정 : 200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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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에서 길을 물었더니-서화동·고즈윈·12,800원) (동안거-현성스님·민족사·9,500원) 선방이야기가 번지고 있다. 대학로에서 '지대방'이 발길을 잡는다면 서점에서는 선방에 관련된 책들이 손길을 잡는다. '선방에서 길을 물었더니'는 한국경제신문 서화동 기자가 전국 100여 개의 선원과 수행처에서 2천200여 명 이상의 수행자들이 정진하는 현장을 살핀 책이다. 해마다 하안거와 동안거에 들어가는 수행자들은 하루 10시간 정진과 참선, 장좌불와, 문을 걸어 잠그는 무문관(無門關)수행 등을 하며 내면을 채워간다. 때문에 선방은 일반인들에게는 참관이 허락되지 않는, 그야말로 '베일'에 쌓인 공간인 것이다. 이 책은 선원 50여 곳을 직접 방문해 선원의 역사와 전통, 살아있는 구도현장의 모습을 그렸다. 특히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 등 5대 총림의 선원을 비롯해 성철 스님의 수행처였던 대승사, 비구니선원인 대원사 등 다양한 선원을 모두 실어 '베일'을 벗겨낸다. "깨달음을 향해 가는 방향은 정하되 빨리 깨달으려는 조급함은 버려야 한다. 금생에 깨치지 못한다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차원에서라도 참선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가르침은 안거에 참여하고픈 마음을 주며, 치열한 수행정진의 현장에서 선사들이 들려주는 언어, 깨달음의 세계와 삶의 지혜가 실려 삶의 의미를 되새길 계기를 만든다. 제 1회 민족사 출판원고 공모 당선작인 현성 스님의 '동안거'는 2002년 겨울, 전남 장성군 백양사 선방 운문암을 배경으로 한 수기다. 운문암은 대대로 큰스님들이 출가하고 도를 이룬 곳으로 여름에는 운무(雲霧), 겨울에는 눈으로 속세와 거리를 두고 사는 절이다. 스님은 동안거 3개월 동안 스님들의 수행, 일상생활 등을 소박하게 추억의 잔상을 담는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선방 스님들은 더 순수하면서도 열정적이며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물도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썩듯이 사람도 한 곳에 오래 있으면 애착이 생겨 자기를 돌아볼 수가 없게 된다. 스님들이 삼삼오오 걸망을 지고 백양사를 떠난다. 이제는 나도 어디론가 떠나야할 때다." 명상적 성격이 짙은 산문집인 '동안거'는 선방의 하루, 선방 소임의 명칭 등 선방 용어를 소개해 일반 독자들의 호기심을 해결해주고, 풍부한 해설로 친숙함과 대중성을 준다. 스님은 선방체험을 과장 없이 담아 소설적 허구나 미사여구를 배제했으나 지난 1998년 소설가로 등단했을 만큼 깔끔하면서도 단단한 필력을 지녀 뛰어난 완성도를 갖췄다.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삼악도는 면한다"는 말처럼 '닫힌 공간'의 선방을 보기란 어려운 일이다. 선방의 문고리가 열리는 이 때를 놓치지 말고 엿보자.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