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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깨달음의 만다라로 세상보기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4-27  | 수정 : 200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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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 이후 빨랫감·잭 콘필드·한문화·15,000원)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논한 책들은 지금껏 많이 소개됐으나 깨달음을 얻은 후에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관해 논한 책은 많지 않았다. 물론 깨달음은 실재 존재하며, 눈앞에 참모습을 펼쳐 보이는 황홀한 순간을 낳는다. 그런데 완성의 경지 끝에는 무엇이 남는가? 저자는 책 '깨달음 이후 빨랫감'을 통해 "황홀경에서 깨어나면 생활이라는 이름의 밀린 빨래거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비유적으로 설명하면서 스승들과 라마들을 만나 깨달음 후 이어오고 있는 공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깨달은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엔 깨닫는 행위밖에 없다"는 말을 인용해 깨달음이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없음을 말한다. 황홀경 이후 영적 삶의 새로운 사이클을 찾아 살아가는 길, 영적 황홀경과 일상의 빨랫감 모두를 포용하는 지혜를 함께 고민한다. 책은 깨달음의 과정, 깨달음의 순간, 그 이후의 삶 등을 차례로 보여준다. 특히 깨달은 채로 고스란히 은퇴할 수 없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직시해 깨달음과 열림의 주기 뒤에 두려움과 위축의 시기가 뒤따름을 알려주면서 진보가 있으면 퇴보가 있고, 팽창이 있으면 수축이 있는 순환의 원리를 적용해 '내려놓기'를 감사히 여겨야한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내려놓기'는 높은 단계의 수행법으로, 이 안에는 만다라, 즉 온전한 세계와 신성한 전체성의 의미가 내포돼 있고 성숙한 영적 삶의 목표는 전체성을 발견해 우리 삶 속에 체득함을 뜻한다. "깨달음의 만다라는 생명의 그물망을 펼쳐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한 가닥으로 함께 연결되어 있는 우리의 숨결을 직접 느낄 수 있게끔 한다. 인도인들은 이것을 '인드라의 보석 그물망을 들여다보기'라고 한다. 이 그물망에는 마디마다 반짝이는 보석 구슬이 꿰여있어서 그 보석 하나 하나가 다른 모든 보석들을 비추고 있다. 우리가 자연계와 이처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에는 기쁨과 책임이 따른다." 수행에 대한 동서양의 지혜가 한데모인 책 '깨달음 이후 빨랫감'. 장의 앞머리마다 등장하는 선시와 선의 경구, 선문답이 저자의 맛깔스런 입담으로 구성되고 기독교, 도가, 불교의 지혜도 곳곳마다 담겨 재미를 더한다.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사람, 행복을 찾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