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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형제 폐지운동 앞장선 감동 스토리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4-13  | 수정 : 200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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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레이첼 킹·샨티·13,000원) 사형제 존폐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4월 4일에 있었던 사형제 폐지에 대한 공청회 이후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으며, 범종교연합에서는 그간 인간의 생명권을 두고 성명서 발표, 기도회 등을 진행 중이다. 사형제 폐지운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사형제 폐지를 위한 사회운동이 일어나면서 국제 엠네스티에서는 올해를 '한국의 사형제 폐지를 위한 집중 캠페인의 해'로 선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피해 유가족들이 슬픔과 분노를 떨치고 가해자를 용서하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야기가 있어 이목을 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는 살인의 피해와 고통을 당한 당사자의 이야기이므로 이해가 깊고 설득력이 크다. 책에 소개된 열 사람은 미국의 사형 피해자 유가족 모임에서 활동하며 살인자에게도 따뜻한 용서와 희망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개 살해소식을 접한 뒤의 혼란과 갈등을 시작으로 복수심 등에서 헤어 나오는 과정, 용서를 통한 치유의 과정, 그리고 살인자를 만나 화해하는 과정이 뒤따르며, 결국 연민과 화해로 달라진 삶의 모습이 묘사된다. 특히 피해 유가족들이 '사형 후 살인자의 가족 역시 가족을 잃을 아픔을 겪게 된다'는 점을 깨닫는 모습에서 감동의 물결이 인다. "사실상 우리는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거잖아요. 회복의 정의는 범죄와 범죄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범죄로 인한 피해, 그리고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초점을 맞춰요. 회복적 정의가 지닌 가장 큰 강점은 이미 발생한 피해와 상처에 또 다른 상처를 더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회복적 정의란 범죄자, 피해자, 피해자 가족, 범죄자 가족 등 당사자를 포괄하는 사건 해결법으로 범죄가 사회적 환경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발생한다는 것, 범죄를 야기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가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이를 통해 갈등과 슬픔을 해결할 순 없으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또 다른 상처를 낼 수 없다'는 점은 옹호하고 있다. 가해자를 용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가해자를 응징하는 것만이 피해자의 넋을 기리고 평화로워지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 책은 피해자들의 그런 마음을 결코 비난하지 않는다. 다만 같은 경험을 겪은 사람들이 사형제 폐지운동에 적극 참여한 과정을 비추면서 인내와 사랑의 풀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은혜는 평생으로 잊지 말고 수원은 일시라도 두지 말라'는 은혜경의 말처럼, 용서와 화해를 통해 폭력과 보복의 짐을 벗기 바라는 의미 있는 외침인 것이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