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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경봉스님의 삶과 구도정신 재연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4-11  | 수정 : 200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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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반삼경에 촛불춤을 추어라1,2·정찬주·김영사·각권 9,500원) "눈이 서로 마주치는 곳에 도가 있다. 이 도리를 알면 눈만 꿈적해도 알고 손을 들어도 알고 발을 쑥 내밀어도 알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다. 이러한 경지라야 멋들어지게 법문하고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부싯돌에서 불이 번쩍하고 번갯불이 번쩍하고 번갯불이 번쩍 하는데, 그 불빛에 바늘귀를 꿰더라도 오히려 둔한 것이다." 경봉 스님은 한국불교사에 한 획을 그었던 스님이자 당대의 선지식인으로, 쌀가마니로 두 가마니 분량에 이르는 편지를 남긴 일화로 유명하다. 법문이나 게송의 내림에 있어서도 '자기 목소리'를 냈던 선구자적 스승인 경봉 스님이 작가 정찬주씨에 의해 소설로 환생했다. 경봉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최초의 장편소설로, 5년에 걸친 취재와 자료 수집, 원고지 분량 2천200매의 집필 과정으로 일궈낸 역작이다. 소설은 크게 두 줄기의 이야기로 나뉘어있다. 하나는 경봉 스님이 선방에서 치열하게 정진하는 수행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깨달음을 이룬 후 그 깨달음에 갇히지 않고 중생을 제도하는 설법이야기다. 이런 소설의 이중구조와 상구보리 하화중생, 즉 상구보리의 '성불을 위한 선의 길'과 하화중생의 '중생제도를 위한 자비의 길'의 경지가 맞물린 점이 흥미롭다. 한문에 조예가 깊었던 경봉 스님은 '화엄경'에서 '종일토록 남의 보배를 세어도 반푼 어치의 이익도 없다'는 구절을 읽고 발심, 통도사를 나와 가야산 해인사 선방을 찾아 졸음과 망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계속했다. 스님은 참선정진을 거듭하기 위해 직지사, 금강산 마하연사, 석왕사로 옮기며 참선에 몰두했고 36세가 되던 해, 시야가 툭 트이면서 오묘한 일원산만이 드러나는 경지를 체험했다. 20여일 계속된 정진 후, 바람에 촛불이 '파파파팟' 소리내며 춤추는 모습을 본 순간 억겁의 의문이 찰나에 녹아버렸다고 한다. 경봉 스님은 통도사 주지를 역임하고 선풍을 크게 떨쳤으며 90이 넘고서도 법상에 오르는 일을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91세가 되던 1982년 7월 17일, 시자 명정 스님이 어떤 것이 참모습이냐고 묻자 "야반삼경에 대문 빗장을 만져 보라"는 임종게를 남기고 열반에 들었다. 소설에는 항상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했던 스님의 삶과 수행, 구도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던 모습 등이 감동적인 문장으로 표현됐다. 특히 폐병환자를 처소로 데려와 수년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부분이나 겨울 내내 입안에 얼음을 물고 수행하는 모습, 졸음을 쫓기 위해 목을 매단 채 좌선을 했던 장면 등은 생생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치밀하고 찬찬하게 발자취를 더듬은 작가 정찬주씨는 지혜를 구하려는 사람에게는 문수보살, 희망을 가지려는 사람에게는 관세음보살, 평안을 얻으려는 사람에게는 지장보살 같은 분이셨고, 극락암을 찾는 누구에게나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스님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