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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선사의 숨결 살아있는 선 바이블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3-30  | 수정 : 200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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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황금시대·존 C.H.우·한문화·15,000원) 동양의 정신문화인 선(禪)은 서구인들에게 정신적인 깊이를 찾으려는 간절한 욕구로 드러난다. 선은 불교적 직관과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적 열정의 힘을 도교와 접목시켜 발전시킨 형태다. '선의 황금시대'는 위대한 선사들이 많이 나온 당나라 시대를 일컫는데, 6세기 보리달마로부터 선종이 시작됐고 그 기초를 닦은 사람은 7세기 육조 혜능이다. 그 이후 마조 도일, 석두 희천, 남전 보원, 백장 회해, 황벽 희운, 조주 종심 등 걸출한 선사들이 선종을 발전시키고 역사를 빛나게 했다. 선의 바이블인 '선의 황금시대'를 쓴 저자는 선의 참된 모습을 보이고자 저술을 시작했다. 저자는 선에 대한 20세기 최고의 권위자라 할 수 있는 스즈키 아이세츠 박사와 토마스 머튼 신부 등과 교유하고, 종교와 동양사상을 두루 넘나드는 저술을 쓴 유능한 학자이며 참사람이다. 특히 이 책은 1967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4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두루 읽히며 여러 개 국어로 번역되면서 동양철학의 선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는 1986년 류시화 시인이 번역하고 경서원에서 출간해 독자들을 찾은 바 있다. 선은 산스크리이트어 '쟈나(Dhyana)'의 음역이긴 하지만 쟈나와 선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쟈나는 정신을 모으는 여러 절차를 담은 명상법을 뜻하고, 선은 선사들이 파악한대로 현실의 본모습을 보게 되는 일, 혹은 자신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을 뜻한다. '참된 사람(眞人)'이라든가 '자기발견' 등과 같은 장자의 사상은 모든 선사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불립' 자체가 말과 글이 아니더냐. 누군가 불법을 상술하려고 들면, 그것조차도 말과 글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달려들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속일뿐만 아니라 경전마저도 폄하하게 된다." 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말에 매달리는 사람들에게 혜능은 위와 같이 말한다. 불립문자는 문자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는데, 진리를 가리키는 유용한 수단으로써 문자의 효용을 부정하는 말은 아니다. 다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건 자신의 본성을 바로 보는 일이다. 혜능은 "자신의 본성을 깨달은 사람은 진리의 언어를 세우든, 세우지 않든 스스로 본 바에 따라 올바르게 행동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되 그의 본성과 멀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즉 자신의 본성을 본다(見性)고 할 때는 이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선이 수수께끼처럼 혹은 미로처럼 다가오는가? 선은 예전의 어려운 사상이기보다 생활 속의 진리로 자리잡고 있다. 알쏭달쏭한 선사들의 말씀은 종교적인 해석만이 아닌 문화적인 해석으로 퍼지고 있다. 선은 열려있다. 선의 명상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주의를 기울이고 깨어있으며 마음을 기울이고 규정되는 공식에 속하지 않는 것이다. 선의 본질과 역사의 걸음을 함께 하는 책 '선의 황금시대'로 선의 진수를 느껴보자.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