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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삶의 풍경 시의 언어로 꿰어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3-28  | 수정 : 200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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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사는 삶·김석·오감도·7,000원) "산에는 꽃이 피고 지고/새들이 떠난 숲은 적막합니다//직장생활 24년을/토끼처럼 가쁜 숨 몰아쉬며 그렇게/살아온 날들 돌아봅니다//전우익 선생님의 말씀/'사람이 뭔데'/'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늘 화두처럼 품고 살아가겠습니다//삶이 한편의 시가 되는 그날까지/시와 함께 살아가겠습니다/때로는 무소의 뿔처럼/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서시 전문) 진각문학회 회원 김석 시인이 첫 시집 '거꾸로 사는 삶'을 출간했다. 시인의 삶과 그 주변의 그림을 시의 언어로 표현하는 김석 시인의 태도는 '서시(序詩)'에서 함축적으로 드러난다. "삶이 한편의 시가 되는 그날까지"에는 시집 전반부에서 지향하는 주제의식이 표출돼 있다. 시인은 삶을 조용히 바라보고 그 속에서 제재를 찾아 시의 언어를 꿴다. '차 마시는 밤'에 쓰인 '치근치근' '기웃기웃' '옹실옹실' 등의 시어는 바람, 별, 달의 자연물 속에서 리듬의 감각을 타고 있다. 또한 어떤 테크닉적인 기교를 강구하기보다 시선의 차분함, 깊은 선율이 느껴지는 '거꾸로 사는 삶'에서 김석 시인은 첫 시집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사유의 폭을 잘 우려내고 있다. "여름에는 덥게 살아/여름산은 그림자로 시원하고/겨울에는 추위 속에 겨울나무들 사는/겨울햇살 한 줌 흙 따스한 그곳/여름에는 더워 시원하고/겨울에는 아주아주 추워 더욱 따사로운/거꾸로 사는 삶이/눈꽃보다 더 아름다운 겨울산으로/나무는 그대로인데/여름산 나무그림자 시원하고/산은 그대로인데/추운 겨울나무 사이사이 내리는/겨울산 한 줌 햇살 따사롭다"('거꾸로 사는 삶' 중에서)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추운 겨울에는 햇살의 따스함을 낳는 산은 시인에게 삶의 그루터기가 된다. 시인의 관심이 머문 곳은 평범한 주변이지만 시인의 시선은 평범한 속에 반짝인다. 대개의 사람들이 찾지 못한 행복과 따스함을 곱씹어보는 시인에게서 통찰력과 성숙미가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김석 시인의 시에서 불교적 색채를 빼놓을 순 없다. '끽다래' '나무는 장좌불와 중' '대나무가 죽비인 이유' '부처는 어디 두고' '참회' '선문답' '수석' '염화미소' '이송천 석불' 등에서 불교 소재와 세계관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면, 작품 곳곳마다 물씬 풍기는 선(禪)의 향기는 선시로 새롭게 읽히는 묘미가 있다. 만남과 이별, 윤회의 삶 등이 생의 풍경으로 녹아 인간적 고뇌를 스며들게 한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