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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서 알을 깨고 나오다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3-14  | 수정 : 200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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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화·이경자·생각의 나무·9,800원 '절반의 실패' '사랑과 상처' '그 매듭은 누가 풀까' 등 페미니즘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유명한 이경자 작가가 신작 '계화'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계화'는 황해도 내림굿의 전 과정을 보여주면서 무당의 세계를 세밀하게 그린 소설로 계화라는 신어머니와 내림굿을 받는 지연주라는 신딸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82호 무속인 김금화씨를 모델로 한 이 소설은 하루 동안의 내림굿 과정을 그리고 있다. 산청울림굿을 시작으로 조상신을 모시는 일월성신 맞이굿, 잡귀 잡신을 벗기고 풀어내는 허주굿, 여러 신들을 모셔 들어 즐겁게 놀려주는 초부정 초감흥굿 등이 이어진다. 무려 25년 동안 무속인 김금화씨를 관찰하며 무당의 삶과 의례를 사실적으로 담았기에 정성과 감동이 배로 되는 소설이다. "불교는 무속신앙을 배척하려고 하고 무속신앙은 불교를 끌어안으려 하지요. 그런데 불교가 인류 최초의 예술적 표현을 담은 무속신앙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기보다는 포용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무속신앙이 한국불교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작가는 불교와 무속신앙의 연계를 되뇌면서 불교와 무속은 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삼국시대에 불교를 수용하면서 한국불교는 토속무속신앙과 결합된 양상을 보이게 되었고, 토속신앙의 샤먼은 민간에 깊이 뿌리내렸기에 불교를 배척하기보다 흡수한 형태를 띠게 됐다. 큰 절 뒤편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칠성당의 칠성신도 불교가 아닌 토속 무속신앙의 신이라는 점에 하나의 근거다. 작가는 무당은 점괴를 맞추는 사람이 아닌 굿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고통 속에서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이라는 김금화씨의 말을 빌린다. 고통 속에서 알 껍질을 깨는 병아리. 즉 무당은 그런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존재로서 아픈 사람, 억울한 사람,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 태어난 이들은 인간 속으로 깊이 들어간다. "세상은 말로서 통하지만 말로는 통하지 않는 세상을 사는 인생" 바로 그것이 이들의 삶이다. "우리 굿을 보면 불교적 색채가 납니다. 제석굿이나 조상거리를 봐도 불교용어가 참 많이 쓰인다는 걸 알 수 있지요"라고 말하는 작가는 평소 불교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사찰 방문을 즐기고 스님들과도 스스럼없이 다도를 한다는 작가는 "부처를 내세워 상업적 수단으로 일삼는 무속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는 되레 불교를 폄훼해 종교간의 거리를 멀게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복은 나누시고 한은 푸시길'이라고 쓰인 책 띠는 일독하고 난 후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한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라"는 굿 사설처럼 생을 긍정하게 하는 감동이 있는 책 '계화'는 희망의 굿판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