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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음으로 새긴 부처님 말씀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2-28  | 수정 : 200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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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떠나보거라·혜안 스님·열린박물관·9,000원) 서각(書刻). 나무에 글을 새긴다는 뜻의 서각은 나무 고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뒤틀림 없는 견고한 홍송을 주로 많이 사용하지만 작품에 따라서 돌배나무나 향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쓰인다. 나무가 정해지면 적당한 크기로 베어 판목을 만들고 다시 판목을 말려 수액을 모두 빼낸다. 밀폐된 곳에 넣고 쪄서 살충을 하고 진을 빼낸 뒤 판목이 충분히 마르면 판면을 곱게 대패질한다. 벌채에서 건조, 다듬기까지 모두 끝낸 판목을 보는 순간 어떤 글을 새길 것인지 정한다. 무늬와 결, 손끝이 닿는 서늘함의 정도에 따라 글이 직감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판목 위에 새기고자 하는 서고를 붙이면 비로소 각을 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혜안 스님은 "서각은 시간을 잊고 자신을 잊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오랜 기다림과 정성이 깃들지 않으면 새기기도 전에 나무가 갈라지고 뒤틀려서 못쓰게 되고 만다는 것이다. 오로지 인내의 시간 속에서 나무와 혼연일체가 될 수 있고, 정성이 배어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혜안 스님은 에세이 '그래, 떠나보거라'를 통해 서각을 하며 느꼈던 마음가짐, 과정, 수행으로 체득한 이치 등을 펴냈다. 서각활동 뿐만 아니라 글 솜씨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혜안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 문화국장, 칠곡 송림사 주지 등을 지내면서 절에 걸린 현판이나 주련 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각을 시작한지도 20여 년. 서각자로도 이미 인정받기에 충분한데 '일획일각(一劃一刻)' 특별전에서 만난 스님은 내내 "부끄러울 뿐"이라며 책 속에 담긴 모습만큼이나 순수하고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마음의 때를 더 이상 묻히지 말고 청정한 그 마음 그대로 참모습에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부처님이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고 하신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의 자세로 자신을 다듬어야 합니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체득해 정진할 때까지 수행하는 것은 마음을 갈고 닦는 것이고, 육바라밀을 실천하면서 살아갈 때야말로 삶의 만족과 행복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다. 혜안 스님 역시도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소한 것에도 흔들리는 마음, 깨달음을 놓쳐버린 초조함 등으로 괴롭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좋은 날이 오리라 다짐하면서 다시 각을 한다"는 스님에게서 진솔한 냄새가 난다. 글보다 긴 여운을 남기고 있는 선(禪) 판화 속에서 화두와 사색의 즐거움을 느껴보자. 한편 2월 18일 오후 2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혜안 스님 출판사인회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