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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2-28  | 수정 : 200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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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조화로운 삶·9,800원)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살든 그 속에서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물이 흘러야 막히지 않고, 팍팍하지 않으며, 침체되지 않는다. 물은 한 곳에 고이면 그 생기를 잃고 부패하기 마련이다. 강물처럼 어디에 갇히지 않고 영원히 흐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꾸밈없는 솔직함으로 정갈하게 써내려 간 글에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생각을 이렇듯 간결하게 써내려 간다는 것은 현란한 문학적 기교를 부리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법정 스님은 글 속에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담아냄으로써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스님의 글과 법문은 이미 종교의 의미를 떠나 삶의 미학을 극명하게 그리고 있다. '무소유' '오두막 편지' '산에는 꽃이 피네' '홀로 사는 즐거움' 등을 통해 은은한 감동을 전했던 법정 스님이 법랍 50세를 맞아 잠언집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출간했다. 자기만을 중요시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여유와 풍요를 느끼게 하는 이 제목은 예전의 책과 연계돼 있다. 즉 소유로부터 행복을 채우기보다 무소유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130여 편의 잠언은 세상의 진리와 인간을 포함한 살아있는 모든 존재에 대한 성찰의 내용이다. 스님은 항상 "무소유의 사람은 자유로움이 충만할 수 있고, 인간은 강물처럼 끊임없이 흐르는 존재이며,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적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가슴을 잃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만이 아닌 이웃, 나아가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무소유의 삶인 것이다. 1970년대 모든 직함을 버리고 산 속으로 들어간 법정 스님은 그래서인지 자연물에 대한 시선도 애틋하다. 꽃과 나무, 하늘과 산 혹은 계절의 변화를 통해 삶을 읽어나가는 스님에게서 어디에도 물들지 않는 본연의 모습을 찾게 된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서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으며, 마음이 열리면 사람과 세상과의 진정한 만남은 이루어진다. 스님은 이런 마음을 '다 행복하라'를 통해 털어놓고 있다. "며칠 동안 펑펑 눈이 쏟아져 길이 막힐 때, 오도 가도 못하고 혼자서 적막강산에 갇혀 있을 때 나는 새삼스럽게 홀로 살아있음을 누리면서 순수한 내 자신이 되어 둘레의 사물과 일체감을 나눈다. (중략)살아있는 모든 이웃들이 다 행복하라, 태평하라, 안락하라." 책을 읽노라면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한다'는 법문이 속삭이듯 들린다. 풍부하게 소유하는 게 아닌 풍성하게 존재하는 인간상을 꿈꾸며 자신의 삶을 진단해보자. 반성과 성찰, 깨달음을 주는 화두와 같은 잠언은 묵묵하게 다가올 것이다.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는 법정 스님과 돈독한 정을 쌓고 있는 류시화 시인이 엮고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의 명상적인 사진들로 본문과 표지를 장식해 한층 글의 깊이를 더한다. 책은 올 상반기부터 중국, 일본, 대만, 미국에서도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