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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학에서의 생명 '인드라망을 보라'

김수정 기자   
입력 : 2006-02-15  | 수정 : 200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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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과 선(禪)·우희종·미토스·9,800원)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해 세상이 떠들썩하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고도의 과학기술은 상상에서 현실로 바뀌고 있다.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 특히 복제기술이 대두되면서 과학과 종교는 거리가 멀어졌고 양자는 아직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과학과 종교는 다르지 않다"며 과학과 종교의 조화를 강조하는 이가 있다. '생명과학과 선'을 펴낸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과학은 보편적 진리가 아닌 이 시대의 문화일 뿐"이라며 "과학에 윤리나 철학이 없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술에 불과하다"고 거듭 말한다. 특히 선을 통한 부처님의 뜻을 이해하며 자신의 삶 속에서 과학의 의미를 알게 됐다는 우 교수는 '금강경'과 '육조단경'을 강설할 만큼 불교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불자다. 과학자인 저자의 일상 속에서 선은 무엇이며, 어떻게 자리잡고 있을까. 그가 말하는 생명과학이란 생명 자체를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죽음이라고 불리는 '개체의 소멸'과 더불어 늙음이나 병이라고 불리는 그 '소멸 과정'에 다루는 학문이며 인간복제라는 것도 윤리적 문제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즉 사대의 변화, 변용이라는 연기적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눈부신 생명과학의 발달이 생명복제와 같은 개인의 수명 연장이나 감각적인 충족을 위한 연구로 나아갈 게 아니라 치료용 복제와 같이 세상에 불필요한 고통을 겪는 이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우 교수의 말에서는 '배고픈 자에게는 밥을, 목마른 자에게는 물을 주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이윤 획득의 결과보다는 많은 이들의 생명을 중시여기는 생명과학은 더 이상 종교의 정신과 대비되지 않는다. "이 시대의 과학이 불교와 유사한 점은 사물의 인과를 밝힌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학의 인과는 직선적인 반면 불교의 인과는 인드라망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시작과 끝, 혹은 방향성이 없는 총체적인 관계로 파악된다." 우 교수는 시종일관 불교관을 되새기면서 이 시대의 과학자가 불교로부터 배워야할 기본적 마음자세를 서술한다. 배아복제, 인공장기 개발, 유전자 조작 식품개발 등의 과학 발전 아래 불교가 단순한 도그마화에 대한 경계 이상으로 과학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과학자가 과학에 대한 책이 아닌 선(禪)에 대한 책을 썼다는 점이 흥미롭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