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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문학 한가운데 뿌리내린 불교

김수정 기자   
입력 : 2005-12-22  | 수정 : 200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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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과 불교문화·역락·유임하·15,000원) 한국문학에서 불교문화는 어느 정도 뿌리내리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삼국시대부터 불국토의 이상을 꽃피운 한국이었기에 불교문화는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조선의 배불정책에도, 서구문화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있던 때에도 불교는 사고의 위력을 뿜어냈다. 저자는 글 앞머리에 "한국문학에 스며들어 있는 불교의 자취를 따라가면 어느새 오솔길 같이 평화로운 적요와 그리움을 대면하게 된다"며 "그 풍경은 서구 자본주의와 근대화가 만든 문명에 맞서는 정신의 긴장, 가치생산을 위한 치열한 모색, 존재의 깨달음이 이른 경지"라고 털어놓는다. 책은 크게 시와 소설로 나뉜다. 만해 한용운 스님의 사상과 문학을 시작으로 지난 2000년 작고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불교적 상상력, 청록파 조지훈 시인의 시 세계를 비롯해 김달진, 백석, 이형기, 신경림, 정현종, 고은, 송혁, 황동규, 홍신선, 최승호, 윤제림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에 드러난 불교문화를 소개한다. 이어 계몽작가 이광수와 '태백산맥'의 조정래씨를 포함해 김동리, 최인훈, 한승원, 윤흥길, 정채봉, 황석영, 최인호, 김성동, 정찬주씨 등 대표 소설가들의 소설에 드러난 불교문화의 뿌리를 찾아낸다. 이를테면 저자는 '범종'에서 아름다운 범종의 문양을 취하는 대신 '소리'와 삼라만상의 조화로운 세계를 취한다면서 "조지훈의 시는 불교적 취향이나 종교적 담론을 거칠게 드러내기보다 가장 한국적인 정취에 대한 무수한 발견이 이어진다"고 말한다. "무르익은 과실이/가지에서 절로 떨어지듯이 종소리는/허공에서 떨어진다. 떨어진 그 자리에서/종소리는 터져서 빛이 되고 향기가 되고/다시 엉기고 맴돌아/귓가에 가슴속에 메아리치며 종소리는/웅 웅 웅 웅 웅…/삼십삼천을 날아오른다 아득한 것" (조지훈 '범종' 중에서) "아 어린아이는 곧 하늘의 모습이다. 티끌 하나만큼도 더 얹히지 않았고 덜하지 않았다. 꽃이 피면 꽃 아이가 되어 꽃과 이야기하였고, 바람이 불면 바람 아이가 되어 바람과 숨을 나누었다. 과연 이 어린아이보다 더 진실한 사람이 어디에 있겠느냐. 이 아이는 이제 부처님이 되었다."(정채봉 '오세암' 중에서) 또한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동화 '오세암'에서는 소경인 감이와 길손이를 보듬고 안아주는 스님의 너그러움에서 불교는 푸근한 할머니, 어머니 품에 가깝다고 서술한다. 짐작하듯이 불교문화는 결코 낡은 것이 아니다. 고전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불교문화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문제, 성찰의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불교문화에 토대를 둔 문학의 시선을 찾아내 불교문학의 높은 성취를 거론하는 데서 이 책은 필독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이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