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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신비로운 선율과 리듬의 향취

김수정 기자   
입력 : 2005-12-13  | 수정 : 200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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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음악여행/팬덤하우스/고영탁/12,500원 과거 신의 은총을 노래하던 인도음악이 세상 밖으로 나갈 차비를 마쳤다. 비틀스의 멤버 조지 해리슨을 비롯한 많은 아티스트들은 순식간에 인도음악에 매료됐고, 전 세계인들은 인도음악을 배우기 위해 인도로 몰려들었다. 인도음악은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매혹했을까? 대중음악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는 저자 고영탁씨는 세 번에 걸친 인도여행으로 "현실에 조금씩 더 다가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인도음악을 배우려면 겸손하고 참을성 있어야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도음악을 통해 춤과 전통문화, 축제까지 이해하면서 인도를 몸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자가 된 것이다. "사랑기 연주와 멜로디는 사람 목소리를 꼭 닮았다. 이 사랑기 음악을 듣다 보니 비틀스의 명반 'Sgt. pepper's Lovely Heart's Club Band(1967)'에 수록된 트랙 'Within You Without You'가 떠올랐다. 'Within You Without You'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쓰인 인도악기는 다음 아닌 사랑기였다. 그 곡에서 조지해리슨의 목소리도 인도 성악 창법에 매우 가깝다." 바이올린처럼 활로 켜는 악기인 사랑기를 사람 목소리에 비유한 저자는 단순 정보제공자가 아닌 열성적인 관객이 되어 음악에 젖어든다. 또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가는 인도음악에 시각을 넓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인도음악과의 만남에 비틀스도 빠질 순 없다. 자신을 화장한 후 갠지스 강에 재를 뿌려달라던 조지해리슨은 장례도 힌두교식으로 치를 만큼 인도를 사랑했다고 한다. 인도의 신비주의 사상에 심취한 그는 1965년 'Rubber Soul'의 Norwegian Wood에서 라가를 접목하여 시타르를 연주했고 1966년 앨범 'Revolver'의 곡 Love You To에는 타블라와 탄푸라도 함께 연주한다. '옴' 진언을 그대로 삽입한 곡도 있다니 비틀스가 얼마나 인도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를 짐작케 한다. 저자의 글로 볼 때 인도는 더 이상 '폐쇄' '느림' '여유'의 의미에 고착화돼 있지 않다. 경제적으로는 '빈곤'할지 몰라도 그들의 정신세계는 '풍요'를 가져다주고, 더 이상 과거의 유산이 아닌 볼리우드 음악이라는 현재형의 예술을 만들어간다. 길고 단조롭게, 끊길 것 같지만 끊기지 않는 이 신비로운 음악은 오리엔탈리즘의 힘을 불어넣는다. 죽음과 삶 사이,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인도인의 모습을 빼 닮은 인도음악은 반복과 순환 속에 잔잔한 감흥을 부른다. 날카로운 저자의 필력을 맛볼 수 있는 기쁨과 인도음악의 풍부한 해설, 인도의 속살을 담아낸 사진에서 독자는 눈과 귀,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신비로운 선율, 살아있는 리듬의 향취…. 저자가 마련한 인도음악의 초대에 기꺼이 응하고 싶어진다. 김수정 기자 puritymay@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