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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37호)

지현 주필   
입력 : 2005-11-15  | 수정 : 2005-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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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화 위원장 입적 이후의 조불련 북한의 불교조직인 조선불교도연맹을 이끌던 박태화(본명 박태호) 위원장이 입적하였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조선불교도연맹의 공동 부고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했으며, 또 이 같은 내용을 남쪽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및 진각종 등 주요 종단과 단체에 알려왔다. 북한이 남쪽의 주요 종단들에게 박 위원장의 입적 소식을 알려온 데 대해 남쪽의 주요 종단들은 일제히 조불련에 조전을 보냈으며, 종단협의회 수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도 취임식을 즈음하여 박태화 위원장의 열반을 공식적으로 추도하였다. 6·15 공동선언 이후 남과 북의 교류가 활발해 짐에 따라 불교교류도 이제 상호간 길흉사를 살피고 애락을 함께 할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해 종교계가 수범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타종교에 비해 보수적 성향이 강한 불교도들이 이와 같이 우의와 자비를 교환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남측 불교계의 현안에 대해 북한 불교계가 관심을 보내올 때마다 정치적인 의도로 평가절하 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이번 박태화 위원장의 입적에 대한 불교계의 공식적인 반응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북한 불교의 최고 수장인 박태화 위원장의 열반은 북한 불교의 앞날에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한다. 조불련 중앙위원회 위원장 직함은 남쪽의 종정 위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북한의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이었던 박 위원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혁명 1세대로 정치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었다. 조불련은 지난번 황병준 부위원장의 입적으로 정서화 서기장 등 젊은 세대들이 등장한데 이어, 이번에 또 한번 자연스런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박태화 위원장은 그동안 북한 불교의 존재를 대내외에 알리며, 2002년 8·15 민족공동행사 때 서울을 방문하는 등 남북 불교교류에 적극적인 행보를 견지해 왔다. 특히 그는 재임기간 동안 신계사 및 영통사 복원, 인도주의적 지원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북한 불교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박태화 위원장 이후의 조불련은 박 위원장이 보였던 정치적인 성향보다는 북한 불교의 다양한 변화를 모색함은 물론 남북 불교교류에 있어서도 경제적 실리를 앞세운 실질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리라고 본다. 박태화 위원장의 열반을 애도하며, 남북 불교계의 교류와 협력이 한층 성숙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종무원 수행도량 설치의 의미 진각종단의 예비 교역자이자, 통리원 사무직 종사자들인 종무원들이 별도로 수행할 종무원 수행도량이 총인원에 설치되었다. 종무원 수행도량 설치는 향후 종단을 이끌 수행자이자, 예비 스승인 종무원들이 일반 신교도들과 분리돼 수행을 좀더 전문적이고 체계 있게 이끌어 나가기 위한 조치이다. 재가종단의 종지, 종풍을 전개하고 있는 진각종단은 도제양성전문기관인 진각대학 출신의 예비교역자와 사무에 종사하는 종무원들을 일정기간 동안 함께 종무에 임하게 하여 상호 신의를 구축하고, 종단의 현황을 이해케 하는 등 종무의 감각을 습의하는 독특한 교육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예비교역자인 이들이 승속동행의 신행풍속에 따라 일반 신교도와 함께 심공하는 과정은 성직자로서의 위상과 품계에 다소 혼돈스런 점이 없지 않아, 이번 별도의 수행제도를 마련하여 독자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체계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어떤 기관이고 장차 조직을 이끌어 갈 후진을 양성하는데 소홀히 하는 것은 미래를 담보하는 바른 처사가 아니다. 종무원은 단순한 사무원이 아니라, 향후 종단을 이끌 준 성직자들이므로 도제양성에 관한 한 모든 종단 구성원들이 인식을 함께 하고 관심과 재원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불어 당사자들 또한 이번 종단의 조처에 대해 종무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덕성과 종지를 연마할 충분한 수행기회로 삼아 더욱 정진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산하 법인의 전문인들에 대해서도 초심자 과정부터 진언행자로서의 일체감과 소속감을 고취할 수 있도록 별도의 수행방식을 도입하는 방편들도 다양하게 강구하는 계기가 검토되어야 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