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 스며든 연꽃 전시회

허미정 기자   
입력 : 2005-06-30  | 수정 : 200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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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깨달음과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연꽃을 소재로 한 연꽃전이 10월 16일까지 호암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한국미술품에 많이 나타나는 연꽃은 꽃 자체도 아름답지만,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어 시대나 종교, 계층을 초월하여 널리 애호되어 왔다. 연꽃은 불교에서는 깨달음과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한편, 일상생활 속에서는 풍요와 다산 그리고 여유와 청정에 대한 염원을 담아 왔다. 불교미술과 도자기, 서화, 그리고 각종 생활 용품 속에 등장하는 연꽃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불교미술품에 나타나는 연꽃은 매우 다양한데, 특히 불상의 좌대로 사용되는 것은 진흙 속에서도 깨끗한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혼탁한 세상에서 오염되지 않고 세상을 구제해주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는 사리기에 나타나는 연꽃은 불법을 상징하며 범종과 풍탁, 금고 등에 장식된 것은 그 은은한 소리가 퍼지는 것이 불법이 전파되듯 소리를 듣고도 깨우칠 수 있는 법음을 뜻하기도 한다. 또 깨달음과 극락정토 등 불교적 의미를 상징하는 연꽃은 고려시대에 왕실과 귀족의 비호 속에 융성하였던 청자에서 가장 대표적인 장식 소재로 등장했다. 매병이나 병, 접시 등의 다양한 종류에 음각, 양각, 상감 등 갖가지 기법으로 장식되었으며, 나아가 연꽃 형상의 상형청자로도 제작됐다. 청자에는 음각으로 연꽃만을 표현한 연화절지문도 있지만 당초문과 결합된 연화당초문 그리고 회화적인 표현이 뛰어난 연지문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살아서는 현세의 많은 복을 누리고 죽은 후에는 정토에서의 왕생을 기원했던 우리 선조들의 소망과 함께, 예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는 총 53건, 74점이 출품되어 국보 128호 '금동 관음보살 입상', 국보234호 '감지은니 묘법연화경'을 비롯한 보물 1230호 '백자상감 연당초문 병', 보물 1031호 '청자양인각 파어포류수금문 화형접시'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도입부와 회화, 불교미술 및 기타, 도자기 등 작품 분류별 공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도입부 공간은 연꽃의 의미를 간략히 보여주면서, 불교적 의미와 유교적인 군자의 모습, 그리고 매우 인간적이면서 길상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두 번째 회화 공간은 일반 정통회화를 전시하고 뒤쪽에 민화를 함께 전시했으며, 세 번째 불교미술 및 기타 공간에서는 연꽃의 불교적인 의미를 볼 수 있는 불교미술품과 함께 일반 금속공예품과 민속품, 목가구 등을 함께 전시하여 일상 속에 스며든 연꽃의 모습까지 찾아 볼 수 있다. 네 번째 도자기 공간은 청자와 분청사기 그리고 백자 모두에 장식되었던 연꽃의 다양한 모습과 그 변화되는 의미들을 살펴볼 수 있다. 허미정 기자 hapum@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