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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들고 떠나는 성휴스님의 만행

허미정 기자   
입력 : 2005-06-27  | 수정 : 200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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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의 수행 가운데는 참선을 통해 구도 정진하는 안거가 있고, 구름처럼 물처럼 흘러 다니며 견문하는 운수행각, 곧 만행이 있다. 글자 그대로 만 가지 행을 뜻하는 만행은 스님들이 삶의 현장에 파고들어 보고 깨우치며 가르치는 기본 수행이다. 고타마 붓다는 스스로 깨우친 바를 널리 알리고자 성도 후 45년 간 옷 한 벌과 그릇 하나만을 들고 베풀음의 길을 떠났으며, 그 이래 만행은 모든 것에서 '벗어남과 헤어남'의 상징적인 수행 전통으로 자리매김 했다. 산사의 격식을 훌쩍 털고 바랑 대신 노트북을 어깨에 걸쳐 메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만행을 떠나는 성휴 스님이 있다. 풍경소리 나른한 선방의 정적이 아니라 사이키 하드록의 고막 찢길 듯한 비트가 삶의 전율을 자극하는 대학로와 홍대 앞으로 발길을 돌린 성휴 스님은 '붓다의 노트북'을 통해 또 다른 만행을 그려내고 있다. 붓다의 노트북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지구촌에 펼쳐진 여러 불교설화 등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얼핏 코믹한 듯 치열하게 패러디함으로써, 본디 인간 붓다가 추구했던 '벗어남과 풀려남' 곧 허세와 독선의 허울로부터 탈피를 시도했다. 또 짧은 시구와 설화 문체는 젊은이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도록 하고 있어 붓다가 늘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다정다감한 이웃이자, 힘들고 여린 어깨를 토닥여주는 단아한 스승이며, 포근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누는 반가운 친구임을 알려주고 있다. 특히 미국 대학들의 불교 동아리와 노르웨이, 영국 등 유럽의 여러 불교단체에서 제공받은 영문 텍스트를 원용함으로써, 이미 한자 문화권을 벗어나 동서양을 아우르는 붓다이즘의 현황을 소개하고자 세심한 배려를 했다. 허미정 기자 hapum@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