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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428호)

지현 주필   
입력 : 2005-06-14  | 수정 : 2005-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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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의 만해상 수상과 방한문제 티베트 망명정부의 지도자이자 전 세계불자들의 영적 스승으로 존경을 받는 달라이라마가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만해상 평화부분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만해상은 한국불교계의 가장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만델라 대통령 등 세계 평화와 인권에 기여한 역대 인물들에게 주어진 한국의 '노벨상'과도 같은 의미의 상이다.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며, 티베트의 독립운동과 전 세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지구촌을 누비는 달라이라마가 같은 처지의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스님의 정신을 기리는 만해상을 수상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되며 불자의 우의로 축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만해상 수상으로 오는 8월 시상식과 관련하여 달라이라마는 이번에야말로 한국을 꼭 다녀가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전달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달라이라마의 방문이 이루어지지 않은 세계의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로 이번에는 반드시 달라이라마의 방문이 성사되기를 희망한다. 그동안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종파를 초월하여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위해 노력했으나, 우리 정부의 지나친 중국 눈치보기와, 역시 중국불교협회를 의식한 한국대표 종단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지금까지 달라이라마의 방한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달라이라마의 방한이 성사되지 못하는 것은 정치적인 판단 여부를 떠나 그 자체가 한국이 아직 자주적인 인권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달라이라마의 초펠라 동북아대사는 지난번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인 법장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다른 예정된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라도 오는 8월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는 달라이라마의 의사를 전달해 왔다. 이에 대해 법장 스님은 "세계 어느 나라도 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권리인 인권"이라고 말하고 "인연법을 따르면 시비가 없을 것"이라고도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다른 누구보다도 법장 스님께서 달라이라마의 초청에 좀 더 적극적인 입장에 서 달라는 점을 주문하고 싶다. 법장 스님은 현재 한국불교계를 대표하는 수장일 뿐만 아니라, 최근 이라크 자이툰부대, 미국순방, 평양방문에 이르기까지 평화행보를 이어가는 대표적 종교지도자이다. 그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스님인 만큼 좀더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위해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하여 달라이라마의 방한이 조속히 성사되기를 기대한다. 중단되지 말아야 할 줄기세포 연구 서울대 황우석 박사팀의 인간줄기세포 배양 연구의 성공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경이로운 사건이었다. 세계적인 과학잡지에 표지 인물로 게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한결같이 황교수의 연구성과에 대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든 금세기 최고의 의학적 성과로 치하하고 있다. 이번 황교수의 연구성과인 일부 줄기세포에 대해 견해를 달리하는 종파들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등 혼란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부 다른 종교적 견해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황교수의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줄기세포가 생명이냐, 아니냐의 논의 여부를 떠나 황교수의 연구 목적이 난치병환자나 불치병환자의 치유를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면 그 자체가 순수한 과학자의 영역이기 때문에 의도적 인간복제가 아닌 이상 그의 양식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종교적 편견은 인류 역사에 있어서도 종종 과학적 진보를 어렵게 만들었던 만큼 모처럼 축적된 그의 연구가 중단되지 말도록 불필요한 논란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불교적인 시각에서 인간 역시 진화해온 존재이며, 이는 인연생기법칙에 따라 얼마든지 그 신비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고, 건강한 생명 진화의 경험을 축적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다행이 우리 정부에서 범국가적으로 황교수의 연구를 돕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명 아닌 생명인 줄기세포로 소중한 생명을 부여받고도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들이 황교수의 성공적인 연구 결실로 새로운 생명을 얻는 기회가 앞당겨 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