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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기를 속이지 말라

허미정 기자   
입력 : 2005-06-13  | 수정 : 2005-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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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 돌듯 자신의 목표와 좌우명을 잃어버린 채, 또는 삶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한 채, 힘겨운 일상을 영위해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진짜 어려움은 다른 사람 아닌 자기 자신을 속이며 사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호랑이 성철 스님은 눈을 부릅뜨고 '불기자심'(不欺自心) 즉 '자기를 속이지 말라'고 호통친다. '암자로 가는 길' '선방 가는 길'의 저자이자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 '산은 산 물은 물'의 저자인 정찬주씨가 몇 년간에 걸친 자료조사와 취재를 통해 암자에서 만난 성철스님 이야기 '자기를 속이지 말라'를 책으로 엮어냈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한국불교사상 중요한 족적으로 기록되고 있는 성철(1912∼1993) 스님이 살아생전 수행과 공부의 터전으로 삼았던 암자들을 따라가면서 곳곳에 새겨진 스님의 말씀과 발자취, 그리고 암자에 전해져 내려오는 향기로운 이야기들을 함께 담아낸 산문집이다. 성철 스님은 평생 누더기 장삼만을 입는 검박한 삶으로 자기와의 약속을 지켜낸 '자기를 속이지 않는 삶'을 살아냈던 선승이다.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속이지 말라에 담긴 깊은 의미는 남을 속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속이지 말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라는 것"이라고 말하며 "사람에 따라 자기 자신에게 한 약속의 무게와 크기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자기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나태나 타성으로부터 자기라는 질서를 흩뜨리지 않고 마침내는 밤하늘의 별처럼 자기 자신의 생을 빛나게 하는 일"이라고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또 스님은 '시물(施物)을 두렵게 여기라'고 강조하며 "참 불공이란 목탁을 두드리며 불단에 음식을 차려놓은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를 몰래 돕고, 나보다 못한 이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이 책은 길 잃은 산비둘기를 입에 넣어 씹은 콩으로 키우기도 했고, 아이들과 장난치며 노는 것을 즐겼으며, 가까운 도반들을 비롯한 여러 스님들과 어떻게 지냈는지를 성철 스님이 거쳐간 암자들을 따라가며 현장감 있고 흥미롭게 그려 보여주고 있다. 말미에는 스님의 행장이 정리되어 있어 스님의 발자취를 한눈에 들여다보게 해준다. 허미정 기자 hapum@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