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전통혼례 '화혼식' 시연

허미정 기자   
입력 : 2005-05-24  | 수정 : 2005-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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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전통혼례 '화혼식'이 사찰 대웅전이 아닌 인사동 길에서 열려 시민들의 눈길을 모았다. (사)우리는 선우(이사장 성태용) 주최로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기획된 화혼식은 5월 11일 서울 인사동 쌈지길 마당에서 '성스러운 인연 연꽃 같은 삶'이라는 취지아래 처음으로 시연됐다. 남녀가 부부가 되는 의례 화혼식은 석가모니 부처님 전생담 중 '선혜'라는 수행자였던 시기의 일화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일곱 송이 꽃 칠경화를 부처님께 올리고 혼인을 고하는 것이다. 타악그룹 '야단법석'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진행된 이날 화혼식은 개식을 알리는 5번의 개식종이 울려 퍼지고 이어서 양가 부모가 불단에 등과 꽃을 올린 뒤 불을 밝혔으며, 하객들의 박수와 함께 화려한 혼례의상을 입은 신랑, 신부가 화동, 화녀의 안내로 입장했다. 삼귀의례와 화혼식을 고하는 고유문 낭독에 이어 신랑, 신부는 일곱 송이 꽃을 불단에 올렸으며, 큰절로 맞절하는 교배례, 차를 나누어 마시는 근배례, 증명법사의 법문, 신랑과 신부의 발원문, 신랑과 신부 인사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증명법사로 나선 조계종 포교원장 도영 스님은 법문을 통해 "불교에 있어 부부란 전생에 맺어진 인연이므로 부처님께서 인도하신 것"이라고 설명하며 "아내는 아내로서의 도리를, 남편은 남편으로서의 도리를 다할 때 서로 행복하며, 나아가 이웃과 사회에 도리를 다하고 인내하는 부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불교혼례 화혼식은 전통혼례에서 결혼식 장소에 해당하는 '초례청'을 모델로 하여 불교적 색채를 가미해 혼례무대를 꾸몄다. 불교의 색깔인 오방색의 천을 길게 늘여 높았으며, 보살이 실천해야하는 10가지 덕목을 도상으로 나타낸 10바라밀의 가르침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초례상은 사각형과 팔각형 모양으로 사성제와 팔정도의 불교적 세계관을 담았으며, 디자인은 연꽃무늬의 만다라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마당 한곳에 나무를 심어놓고 보리수 잎 모양의 한지에 축복의 의미를 적어 달게 해 인상깊은 축하 인사가 됐다. 이벤트를 기획한 우리는 선우는 "오늘날의 결혼문화는 계행이행식을 치르듯 빠르게 전개되고, 각 집안의 부와 명성이 어떠한가를 반영하는 자리이자 획일적인 결혼식으로 정착되었다"고 말하며 "대중들이 친근하고 부담 없이 수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불교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문화 중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연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허미정 기자 hapum@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