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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알면 서원이 보인다

밀교신문   
입력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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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수행과 교화의 길을 걸으시면서 과연 어떠한 고민을 주로 하셨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 봤습니다. 정작 그 답은 부처님의 일생을 담은 경전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직후, 그 깨달음의 심오한 정수를 중생들에게 설명해 주었을 때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깨달음의 경지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는 본질적인 고민에 빠지셨던 겁니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설명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맛있는 것을 먹고 난 다음에 그 맛을 설명하려고 해도 참 맛있다’, ‘산해진미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다등의 피상적인 설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더불어 함께 체험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나만 경험하고 체험해서는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가 안 됩니다. 하지만 더불어서 함께 체험해 본 사람은 설명하지 않아도 함께 공감하고 감동하게 됩니다. 그래서 함께 체험의 맛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가 눈에 띄게 잦아들었던 시기에 우리 지역의 포항시립합창단이 직접 찾아가는 음악회라는 취지로 위덕대학교를 방문하여 음악회를 개최했습니다. 간만에 활기를 되찾은 우리 종립대학 캠퍼스에서, 게다가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야외무대에서, 심인당 신교도분들과 포항교구 도반 스승님들과 함께 듣는 아름다운 음악과 흐뭇한 분위기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어떠한 방편으로도 전달하기 힘든 경지였습니다.

 

바리톤의 음색으로 무장한 합창단원 한 분이 묵직하게 노래 하다가, 갑자기 코미디도 하고 덩실덩실 춤도 추고 발레도 하는 기발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의 근엄한 클래식도 몸에 힘을 빼고, 눈높이를 낮춘다면 시민들에게 너무나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음을 증명해 주는 자리였습니다. 기존처럼 일방적으로 공연장으로 오세요라고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음악회를 진행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가 그 감동을 배가 시켰습니다.

 

약간은 멀게만 느껴졌던 클래식 예술가들이 눈높이를 낮추는 모습을 보면서 부처님을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이야말로 이미 이천육백년 전에 이런 열린 마음으로 수행하시고 교화하셨던 분입니다. 부처님은 세간의 최고의 자리라고 할 수 있는 왕이 되실 분이셨지만 세속적인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일체중생의 안락을 위해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고행정진하신 분입니다.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운다, 부처님을 닮아 간다라고 한다면, 낮아지는 것, 다가가서 손을 내미는 것,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간과해서는 안되는 가장 핵심적인 태도일 것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한다고 자임하지만, 덧없는 욕망에 집착하여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남과 비교하면서 고통스러워합니다

 

물론 욕망이라는 것은 인간이 생존해 나가는데 필요한 에너지이기도 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인간을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하므로 인생을 허망하게 만들어 버리는 맹독이 됩니다. 욕망, 어리석음, 노여움의 세 가지 맹독은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원흉이자, 떨쳐내고자 해도 제대로 떨쳐지지도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 가지 맹독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맹독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나 그것을 조절하고 제어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내려놓음입니다. 우리가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대부분 욕망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생각에 욕망과 사심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에 대해 잘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부처님 닮아가려고, 낮아지려고, 다가가려고 하면서도 나의 욕망에 끌려다니면서 그것만이 선이라고 단정지을 때가 많습니다. 나만의 이익을 위하는 것은 욕심이고, 모두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서원이 됩니다. 자신의 이익만큼이나 상대의 이익도 더불어 함께 생각하는 이타심을 가질 때, 인간은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 원리를 제대로 체득하기 위해 법신부처님께서 보여주시는 무한자비의 법문이 바로 당체법문입니다. 이 크신 법문을 나만 맛보고 체득하지 않고 더불어 체험하기를 서원합니다. 그러한 서원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복된 진언행자로 살게하는 가장 좋은 길 아닐까요.

 

선법지 전수/보정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