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의 삶 무대 위에 승화

허미정 기자   
입력 : 2005-02-28  | 수정 : 200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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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의 근본을 알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려고 승려가 되었다." 불교계의 선승이자 시대의 혁명적 신여성 일엽 스님의 삶과 구도정신을 그린 일대기 '사랑을 사르다'가 연극무대에 올랐다. 창단 25주년을 맞는 극단 독립극장(대표 원영애)은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퍼포밍아트홀에서 스님의 삶과 사랑을 감동과 함께 전달했다. '사랑을 사르다'는 구도의 길에 들어서고도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사념의 줄기를 잡아보려 애쓰는 일엽 스님의 번민에서 시작됐다. 무대 중앙의 현실공간에서 일엽 스님은 독백과 함께 과거 회상장면을 떠올렸다. 구습에 얽매인 여성에게 신정조관을 표방하는 거침없는 일본 유학시절부터 시작해 일본인 오다세이죠와 아들 마사오까지도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과감히 뒤돌아선 귀국길, 백성욱과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구도의 길, 새로운 생의 모습으로 살아가도 버려지지 않았던 마음의 고뇌, 또 그 속에 직면하는 나혜석, 오다세이죠, 아들 마사오와의 재회 등 과거와 현재를 정과 동으로 교차하면서 극의 흐름을 흥미롭게 했다. 이와 함께 등장인물들은 다양한 높낮이로 구성된 무대에서 다양한 시공의 장면을 연출했다. 특히 아들 마사오와의 재회, 백성욱과의 사랑과 이별 부분에서는 잔잔한 노래로 애절한 분위기를 더했다. 일엽 스님의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속에서 깨달음의 과정은 점층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갔으며, 해방 이듬해 나혜석의 죽음과 만공 스님의 열반은 스님의 깨달음에 절정을 보여주었다. 평생토록 진리를 찾는 싸움에서 수확의 기쁨을 일체화하기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자연인 일엽이 현재의 일엽 스님에게 '진리는 무엇입니까?'하고 묻지만 스님은 "진리는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의 말은 궁극의 깨달음에 도달한 선승임을 인정케하며 막은 내려졌다. 네티즌 김정연씨는 "일엽 스님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김일엽이라는 한 여인의 삶에서 일엽 스님이 되기까지의 삶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하며 "한 여성이지만 두 배우의 표현이 빼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후기를 밝혔다. 허미정 기자 hapum@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