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지상법문

믿음의 꽃을 피우자

밀교신문   
입력 : 2023-02-27 
+ -


thumb-20221201085732_92ab2f3a14c5f289bcc142992d59d0a6_qyo2_220x.jpg

 

입춘이 오기 며칠 전, 사택 들어가는 입구의 무심히 늘어놓은 긴 나무상자 화분에서 초록 순이 보였다. 제게 무슨 싹이지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지지난 늦봄과 작년 봄에 심어 놓은 수선화 새싹이었다.

 

정사님이 전라교구에 교구청장으로 부임하면서 내세운 서원이 11제도이다. 그래서 나도 누구를 제도할까 생각해보다 우연히 가게 된 카페 주인장을 제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리심론에서도 나와 있듯이 중생이 우몽함으로 억지로 제도하지 못하나니, 그 친함으로 인해서 제도하라는 말처럼 우선 가끔 차를 마시러 갔다. 가게가 워낙 작고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장님의 어린 시절과 지금의 사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고 계셔서 더 부처님의 곁으로 제도하고 싶었다. 그러다 가게 손님 중 한쪽 눈이 안 보이시는 분도 알게 되었다. 그분이 자녀를 키우며 고민하는 것을 상담하는 것도 우연이 듣게 되었다. 그분도 제도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카페는 작지만 주인장이 재주가 많아서 도서, 자수, 킬트, 도자기, 식물 키우기, 그림그리기 등등 다양한 작품도 걸려있고 그와 관련 활동도 회원들이 그 가게에 와서 모임도 가졌다. 그림도 그리고 자수도 같이 보면서 집에 갈 때 마다 주인장이 심어보라고 수선화 구근을 주었다. 계속 이리저리 뒹굴리다 구근이 썩을까 봐 걱정되어 얼른 지지난 늦은 봄에 나름 정성껏 심었다. 싹이 나오기를 매일 쳐다봐도 아무것도 올라오는 것이 없었다. 왠지 싹이 나오면 그 주인장이 우리 심인당에 제도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열심히 물도 주고 관심을 가졌다. 초여름 싹이 나와서 쑥쑥 자라는 모습이 너무 이쁘고 귀여웠다. 주인장도 우리가 오면 반가워하고 친절하게 잘해 주었다. 그러나 수선화 줄기는 길게만 자라고 꽃을 피우지 못하고 말라 버렸다. 주인장도 싹싹하고 집안 대소사까지 의논했지만, 종교 얘기는 꺼내지를 않았다. 그 다음에 또 정사님에게 수선화 구근을 주어 심었지만 또 꽃이 피지 않았다. 제도가 안되려나 보다, 다 장사 속으로 잘해주고 그랬나보다 하면서 실망스러웠다. 나름 인간적으로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히 수선화 줄기에 대한 관심도 적어졌다.

 

그렇게 약간 방치되었던 수선화 줄기가 자그마치 5~6개가 쪼르륵 일렬종대로 자라나고 있었다. ‘저 좀 봐주세요.’라고 외치는 것처럼. 다른 화분은 영하로 내려가면 사택 안으로 들여놓고 나름 유난을 떨었는데, 수선화 줄기가 추위에 팍 꼬꾸라져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꿋꿋하게 영하의 밤을 지나 낮이 되면 다시 당당하게 위로 머리를 들고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그 끈기와 강인함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우면 오그라들고 반으로 접혀도 낮이 되면 태양을 향해 반듯하게 서 있었다. 그 연약한 초록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야 하니까, 포기란 있을 수 없는 개념이었다. 얼어 죽을지언정 말이다.

 

문득 수선화에서 보살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교화를 하다보면 신교도 한명이 심인당에 입교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교화 초기 심인당에 신교도가 제도 되지 않아 스승님께 언제 교도가 제도될까요? 하소연을 하니 언제라니? 그런 인짓지 마라. 내일 당장 교도가 올 수도 있다. 묵묵히 희사하고 염송하고 참회하면 된다.”라고 말씀해 주셨던 일이 떠오른다. 교화는 남을 제도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허물과 업을 고치고 참회해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때가 되면 저절로 원하는 것이 이루지는 지는 것이라고 본다. 모든 인연이 성숙해서 현실의 변화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빨리 이루기를 바라면서 정작 진짜 부처님이 가르쳐주고 싶어 하시는 궁극의 행복인 인격을 완성하여 자성부처 밝히는 것은 등한히 하기도 한다. 변함없는 이치로 돌아가는 자연을 보며 모든 이치를 다 알지는 못해도 믿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헤아려 본다.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지.

 

승수지 전수.\/항수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