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선원사 지장시왕도서 ‘항일운동 태극기’ 발견

밀교신문   
입력 :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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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11월 5∼17일 제작

근대문화유산 지정 추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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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선원사(주지 운문 스님) 명부전에 모셔진 지장시왕도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사용했던 태극기 그림이 발견됐다. 사찰의 불화에서 태극기 그림이 발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선원사 주지 운문 스님은 2월 21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내 명부전에 봉안된 지장시왕도에 그려진 태극기 그림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태극기는 지옥을 관장하는 10대왕 가운데 제6대왕인 변성대왕 관모에 그려져 있으며 태극의 지름은 2.2cm이다. 태극의 양은 홍색, 음은 뇌녹색(옅은 녹색)으로 채색됐으며, 양 태극을 백색이 둘러싸고, 위쪽에 건괘와 리괘, 아래쪽에 곤괘와 감괘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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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 스님은 “지난해 11월 명부전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신비로운 기운을 느껴서 시왕도를 자세히 보니 제6변성대왕 관모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다”며 “지장시왕도 하단 화기에 1917년(대정 6년) 11월 5일부터 17일까지 제작되었으며 당대 최고의 학승으로 손꼽힌 화엄사 주지 진응 스님이 괘불탱화 제작의 전 과정을 증명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표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운문 스님은 이어 “진응 스님은 당시 호남불교를 대표하는 선지식이자 만해 한용운 스님과 독립운동을 벌인 사실이 독립운동사 자료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진응 스님이 증명한 불화에 태극기가 그려졌다는 것은 일제 치하에서 불교계의 독립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태극기 연구가인 송명호 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전문위원은 “일제가 1911년 칙령 19호를 공포해 태극기를 말살하고 일장기를 걸도록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일제의 검열을 피해 불화에 태극기를 그려 넣은 것은 독립을 바라는 불교계의 서원이 담긴 것”이라며 “근대문화유산으로 국가등록문화재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선원사는 명부전에 봉안된 지장시왕도 태극기의 국가 지정 근대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며, 2024년 남원시와 함께 선원사 괘불(보물)과 지장시왕도 태극기를 조명하는 학술세미나도 개최하는 등 독립정신을 계승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보배 기자 84beb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