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좋은 인연(因蓮)

밀교신문   
입력 : 2022-11-03  | 수정 : 2022-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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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자는 8~10월에 수확하며 흔하게 사용되지는 아니지만, 사찰에서 비교적 널리 활용되고 있고 동의보감에서도 언급된 아주 특별한 식재료이다. 연꽃의 씨앗으로 연자 또는 연자육, 연밥, 상련 등 다양하게 불리고 있으며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식재료 1001’(프랜시스 케이스, 2009)에 잣과 함께 소개되기도 하였다. 연자는 특이하게도 연꽃과 함께 맺히며 깔때기 모양의 씨방에서 알알이 자라는 손톱 크기의 작은 알갱이다. 딱딱한 껍질을 벗기고 가운데 있는 배아를 떼어낸 나머지 부분이 연자육이고 연자죽 등 요리에 사용되고 있다.      

 

연자육은 전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외에도 비타민 C, 비타민 B1, 비타민 B2, 철분, 칼슘, 인, 니아신, 구리, 망간 등 각종 무기질이 골고루 함유되어(법보신문), 항산화 효과가 우수하고 심신 및 신경안정과 보양에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필수아미노산인 ‘메티오닌’ 은 혈액과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며 비장이 허약한 경우 설사를 멈추게 하고 불면증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런 영양학적인 이유로 왕의 약재로 불리며 조선의 왕이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 심장질환 등이 있을 때 음식이나 약으로 활용하였으리라. 북벌과 숭무(崇武) 정책으로 알려진 조선의 17대 효종은 동의보감의 처방으로 당뇨병을 앓았으리라 추측하고 있는데 이때 연자죽과 청심연자음의 처방이 많았다. 아마 효종의 불같은 성격도 연자죽 처방이 심신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였으리라 짐작된다. 승가에서 사찰음식으로 연자죽이 오르는 것도 심신 수련과 영양 보충의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 송이 꽃과 한 번의 미소로 알려진 염화시중의 미소 연꽃은 혼탁한 펄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나 꽃은 맑고 그윽한 향기와 함께 고고한 자태를 수면 한참 위에 드러내고 있다. 엷은 종이를 주름잡은 듯한 꽃잎은 더러운 진흙에 묻히지 않고 인간의 본성이 부처님 마음처럼 깨끗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세존이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꽃을 들어 보일 때 모두 잠잠하고 아무 말이 없었으나 오직 가섭(迦葉)존자만이 그 의미를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세존염화, 염화미소, 염화시중, 이심전심이라는 말도 생겨났으며 부처님이 앉으신 자리도 연화와 또는 연대라고 부르는 것이리라. 꽃과 열매가 동시에 생기니 불교의 연기법(緣起法) 또는 인연법(因緣法)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 같다. 이래저래 연자는 연꽃과 함께 불교와는 끈끈한 인연이 있다. 연꽃은 인도가 원산지로 학명은 Nelumbo nucifera이며 우리나라에는 세조 9년(1463년) 관료학자 강희맹이 명나라 수도 남경의 ‘전당지’라는 연못을 방문한 후 전당연의 씨앗을 들여왔다고 한다. 후에 자기 고향인 경기도 시흥시 관곡지에 재배하게 되었고 현재는 연꽃 축제까지 해마다 성대하게 열린다. 

 

연자죽은 조선왕조의 초조반에 올리는 죽으로 위장을 열어주고 담을 없애 가슴을 청량하게 하는 약선죽이라고 할 수 있다. 정조 23년(1799년)에 편찬된 의서(醫書)인 <제중신편>에는 연자죽이 허약해진 증세를 치료할 때 열을 내리고 비위를 보하는 특효가 있으며 산약(山藥: 마)가루를 첨가하여 그 효과를 강화하는 것으로 적혀있다. 중국 송(宋)나라의 대표적인 의서인 <태평성혜방(太平聖惠方)>(왕희은, 992)에 연자죽은 속을 보하고 의지를 강하게 하며 눈과 귀를 밝게 하며 총명해지게 한다고 설명하였다. 11월은 수능고사가 있는 달이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가을이 마무리되는 달이다. 고3을 위해 그리고 스트레스로 잠이 안 오거나 심신이 불안정하거나 당뇨가 있다면 올가을 연자죽으로 인연(因蓮)을 맺어보길 바란다. 

 

조리법은 조선의 왕세자를 위한 연자죽 처방이다. 

     

연자죽 조리법 (WITH news) 

재료: 연자육 200g, 현미찹쌀 1컵, 현미 1/2컵, 율무 1/2컵, 대추 5개, 죽염 약간.  


만드는 법  

1. 연자는 껍질을 까서 배아를 빼고 2~3시간 불린 후 믹서로 곱게 간다.

2. 찹쌀, 현미, 율무 역시 물에 충분히 불린 후 믹서에 갈고 연자와 함께 약불에서 저으면서 끓인다.

3. 다 끓으면 죽염으로 간을 맞추고 마른 대추를 얇게 저으면서 고명으로 얹는다. 


조리팁 

1. 해바라기 씨앗, 호두, 땅콩, 호박씨, 참깨, 잣, 연근가루 등을 넣기도 한다.(불교신문)

2. 기본 연자죽은 연자와 찹쌀로만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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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 교수/위덕대 외식산업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