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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

밀교신문   
입력 :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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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지음·불광출판사 펴냄·22,000원


하늘이 감춘 그림.jpg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의 암각화 명상록 ‘하늘이 감춘 그림, 알타이 암각화가 책으로 발간됐다.

 

문자가 없던 시대 고대인들은 바위와 동굴에 그림을 그렸다. 바로 암각화다. 구석기시대부터 그려지기 시작하여 청동기시대에 가장 활발했다. 사슴·물고기·코끼리·물소 등 동물과 사람, 기하하적 무늬가 대부분이며, 여기에는 안전한 사냥과 풍부한 먹을거리 등 축복과 안녕 그리고 영원한 행복에 대한 기원과 주술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 일감 스님은 2005년 수묵화가이자 암각화 전문가인 김호석 화백과의 인연으로 고령 장기리 암각화를 본 뒤 마음에 늘 암각화를 품고 있었다. 2016년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암각화 지역인 러시아 알타이·몽골·키르기스스탄 등을 탐방하며, 탁본과 기록을 꾸준히 남기기 시작했다. 체감 온도 영하 30, 텐트를 날려버릴 만큼 매서운 바람, 숨 쉬기가 곤란한 3천 미터의 고산 등 극한의 자연 환경을 뚫고 간 설산에서, 수만 년 전 고대인들이 남긴 알 수 없는 그림의 뜻을 더듬어보는 일은 흡사 언어의 세계가 끊어진 자리를 궁구하는 수행과 비슷했다.

 

스님은 암각화와 일체가 되는 신이(神異)한 체험을 통해, ‘우주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메시지가 그림에 담겨 있음을 깨달았다. 수만 년 전 시간과 오늘 이 자리가 그대로 하나이고, 상하가 따로 없고 미추도 없고 유명과 무명이 둘이 아닌 바로 그 자리에서 인간의 고통은 사라지고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암각화 탁본 작업은 그 뜻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여기에 암각화를 처음 대면하는 순간의 떨림과 감격을 절제된 언어로 깎고 다듬어 한 편의 시()로 벼려냈다. 최소한의 선()으로 표현된 암각화를 닮은 시이다. 암각화와 시, 그리고 짧은 산문으로 어우러진 이 책은 암각화 명상록이다.

 

이재우 기자 san108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