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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호-도착지 없는 여행과 심리적 방역

밀교신문   
입력 : 20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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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이른바 도착지 없는 하늘 여행이다.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해서 다시 인천 국제공항으로 돌아온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탑승권을 가진 비행기 여행 프로그램이다. 대만 관광객을 상대로 제주 상공을 비행하고 다시 대만으로 돌아가는 상품이 4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국내외 항공사들이 이런 관광 비행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이처럼 신기한 여행 프로그램은 왜 생겨났으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코로나19 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항공사와 여행객 모두를 위한 아이디어이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의 수익 증대 방안 중 하나이다. 그리고 조종사 자격 유지를 위해 일정 시간 비행해야 하는 법률적 조건 충족 방안이기도 하다. 더불어 여행을 갈망하는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여행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한 (여행하는 척) 트립은 아쉬움을 달래주는 효과가 크다. 시가 4000억 원 이상이라는 A380 비행기를 타는 럭셔리 여행은 계획단계부터 즐겁다. 강릉, 포항, 부산, 제주 상공 등을 돌면서 산과 바다 경치를 즐길 수 있단다. 그렇다면 이 여행을 선택한 사람들은 무엇을 얻을까? 먼저 여행을 떠난다는 즐거움을 얻는다. 기대감으로 예약하고, 국제선 비행기에 오르면서 기대는 현실이 된다. 우리나라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산의 경치, 단풍 절경에 함성이 저절로 나온다. 스트레스 해소에 제격이다. 또한, 비행기 여행에서 기내식은 또 얼마나 별미인가? 특별 비행을 기념한 경품 이벤트로 행운을 기다리는 즐거움도 있단다. 생각만 해도 신난다. 두 시간여의 짧은 하늘 여행이지만 여행객의 만족감은 크다. 그동안 제한된 일상의 자유로 생겨난 고독감과 불안감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얻는다. 바이러스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한 불안과 내 뜻대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는 속박에서 잠시 벗어났다. 이 여행은 공허한 마음을 잠시 행복감으로 채우는 기회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코로나 생활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소소한 행복을 얻기 위한 현명한 대안을 요구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심리적 방역이 강조되는 이유이다. 확실한 해결책은 당연히 코로나 사태의 빠른 종식이다. 하지만 누구도 종식 시기를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감염병 대응 매뉴얼 수준을 넘어서,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합리적인 규칙을 세워야 한다. 생업도 활동도 조화롭게 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종교계에도 심리적 방역을 위해 중생의 마음에 수행의 즐거움을 나누어주는 해법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