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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밀교신문   
입력 :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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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개월 동안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정신분석과 심리학을 토대로 서술한 책을 만난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떠오른 것이 불교와 정신분석’, ‘불교와 심리학등은 오랫동안 내가 품은 의문의 화두이기도 했다. 교화현장에서 보살님들과 동고동락하며 거듭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그때마다 느끼고 배우며 경험했던 극도의 번아웃(신체적, 정신적 피로감)과 난감함은 차라리 고문에 가까웠다.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맞닿아 김형경 작가의 일련의 심리 에세이 시리즈물들을 만나게 되었다. <사람풍경>, <천개의 공감>, <좋은 이별>, <만 가지 행동>, <소중한 경험>과 정신분석과 심리학 열풍의 고전이라 일컫는 장편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6권의 책들과 만났다.

 

교화현장에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제는 종교와 심리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종교의 역할이 인간 심리의 가장 내밀한 부정적 정서들인 분노, 불안, 우울, 시기, 질투 등을 회피한 채 무의식 속에 고스란히 억압해 두었던 과거의 내면세계와 만나는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아픈 내면과 직면하며 고통스러운 아픈 상처와 함께 좌절과 실패와 절망을 적절하게 보살피고 치유하는 수행의 과정들이 어쩌면 심리학의 여러 측면과 어느 정도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부처님의 말씀인 인과사상과 너무 흡사한 대목이 많아서 스스로도 놀라곤 했다.

 

<소중한 경험>의 한 대목을 인용해 보면 부모가 해결하지 못한 감정의 문제들이 고스란히 자녀에게 대물림된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에게 심리적으로 나쁜 것들을 물려주었다는 사실에 대해 불편해하지만 바로 그것, 자기 마음이나 행동을 성찰하기 전에 불편함부터 표현하는 태도가 자녀를 힘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본질적으로 그것은 부모의 그림자가 자녀에게 투사되는 방식이었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섬광처럼 종조님 말씀이 스치고 지나갔다. “자녀(상대자)들의 저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로 알겠습니다.”라는 종조님의 말씀은 불교의 인과법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종교의 수행 목표나 심리학의 목표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살펴서 자아 성찰을 통한 자기실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6권 책 모두에서 공통되게 발견되는 핵심은 한결같이 하나로 수렴된다. “유아기 때 형성된 낡은 생존법을 과감히 버릴 것을 제안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성적 욕망과 공격성, 사랑과 분노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성인이 된 이후 이것을 어떻게 보살피고 불안을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생애 초기 엄마와 아기가 얼마나 친밀한 애착관계를 맺었느냐의 여부에 따라, 엄마의 적절한 사랑과 보살핌의 정서적 교감에 따라 아기의 정신(성격)구조가 형성된다고 한다. 즉 유아기 때 엄마가 아기에게 정서적으로 충분히 교감하고 반응해 주면 아기는 창의성과 자율성과 자신감을 발현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아기가 엄마의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아기의 마음과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지 못할 때 아기는 사랑이 결핍되어 박탈감, 불안, 분노, 시기, 질투 등의 부정적 정서들이 형성된다고 한다. 그래서 생애 초기에 엄마와 제대로 된 애착관계를 맺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도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이상화된 부모, 연인 이미지를 투사하게 되고 방황하게 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스스로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의존하고 파괴본능과 분노, 불안, 우울증에 시달리며 생을 낭비하며 살아간다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나지 못하는 이유는 옛 선조들의 지혜와 단절되어 있고 전통학문과의 단절도 한몫을 한다고 한다. 이 책에 이런 대목도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좋고 나쁨이 빛과 그림자로 함께 하는데 이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상장할 수 있다. 진정한 생의 에너지는 이타성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타적 유전자가 인류를 살아남게 한다는 진화심리학자들의 연구, 사랑이 가장 힘이 세다고 제안하는 세계 종교의 지혜가 그 명제를 뒷받침한다.” 그리고 <만 가지 행동> 중 특별히 이런 대목도 눈에 띈다. “이젠 사랑을 구걸하지 말고 사랑을 하세요. 시도해 보기 전까지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어쩌면 우리가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영적 삶과 함께 영적 건강을 보살피는 일이야 말로 현대인의 불안과 고통을 해결하는 열쇠처럼 보인다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