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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작은 사람? 큰 사람?

밀교신문   
입력 : 20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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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은 다가갈수록 커 보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알면 알수록 작아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몸뚱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마음의 크기를 이야기합니다. 그가 가진 생각, , 사상 혹은 마음 씀씀이가 그 사람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큰 사람이 되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멀리서는 보지 못했던 바닥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 사람이 진짜 작아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원래 그렇기도 합니다. 긍정의 모습보다는 부정의 모습과 허물을 보는데 우리들은 너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가갈수록 커 보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얼마 전 우리 사회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사건입니다. 고인(故人)의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던 인물이었고 사망의 원인이 성추행 고소로 인한 자살이었기 때문입니다.

 

착하고도 착하도다. 뉘가 허물 없으리오. 고치는 자 그보다 더 착한 것이 없느니라.” ‘옥야경의 가르침처럼 사람 사는 세상에는 허물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죽음으로써 그 모든 허물이 사라진다면 얼마나 편한 세상이 되겠습니까? 죄가 있다면 그 죄의 대가를 현실로도 치르고 진리로도 닦고 살아가면서 갚아나가면 됩니다. 자신의 명예가 실추됨이 부끄럽고 참을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참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이라는 놈은, 자아(自我-ego)라는 실체는 참으로 무서운 놈입니다. 종조님은 사상(四相) 없애는 공부를 왜

그렇게 강조하셨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진리를 참으로 알았더라면, 매일 5분씩만이라도 염송을 실천하는 사람이었더라면, ‘참회를 아는 사람이었다면, 아니면 그의 아내만이라도 그랬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현대가의 정신적 지주는 고 정주영 회장의 아내였던 고 변중석 여사였습니다. 재계의 육영수 여사라는 별명과 함께 보살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도량이 크고 넓었으며 현숙(賢淑)한 아내의 모습을 평생 간직한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인 정주영 회장에게 평생 노(NO)를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부인이었지만 의외로 강단있는 모습의 소유자이기도 했습니다. 아들인 정몽준 전 의원도 생모가 아닌 변 여사를 나의 진짜 어머니는 큰어머니다. 나는 그분을 진정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당신 소생이 아닌 모든 자식까지도 모두 따뜻하게 감싸 안았습니다. 그런 아내를 정 회장은 함부로 하지 않았고 집안의 기둥으로 대했다고 합니다. 큰 집안은 본부인의 처신이 중요합니다. 중심을 잃지 않은 넓고 큰마음이 한 집안의 흥망을 결정합니다.

 

삼성가의 안주인 홍라희 여사의 친정어머니는 원불교의 대보살이었던 고 김윤남 보살이었습니다. 남편 홍진기가 이승만 정권하에서 법무부 소속 공무원으로 있다가 법무부 장관에까지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4·19 혁명 당시 내무부 장관으로서 경찰 발포를 명한 것 때문에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는 바람에 약 3년간 사형수 남편의 옥바라지를 하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감옥에 있으며 사형집행을 기다리던 당시인 1962년에 친정 올케의 권유로 원불교에 입교하면서 시련을 견뎌냈습니다. 지극정성으로 불공을 올렸고 그 불공 공덕으로 남편 홍진기는 기적적으로 풀려 나왔습니다. 그 뒤로 독실한 원불교 신자가 되었고, 남편과 장녀 홍라희 비롯해서 42녀의 자식들까지 모두 원불교 신자로 만들었습니다. 미주 교화 등 원불교 교세 확장에 김윤남 보살이 끼친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알면 알수록 분명 큰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은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이었으며, 가족과 사회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든 사람이었습니다. 인간은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 해야 합니다. 인과 이치를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나의 선업(악업)이 후세의 인간세의 복지(고통)를 가져옵니다. 나의 과거-현재-미래는 그렇게 연대되어있습니다. 아무리 최고 권력자가 되어도 역사 속에서 바른 판결을 얻지 못하면 그는 잡귀도 되지 못합니다. 진정한 성공은 마지막 점을 잘 찍어야 합니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성공을 했다 하더라도 일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육()의 성장도 필요하지만, ()의 시간, 영의 성장도 함께 동반되어야 합니다. 내가 자유롭고 행복해야 내 가족과 이 사회를 구할 수 있습니다. 나는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다 살리는 중심임을 깨닫고 빛과 에너지를 사방에 밝히는 존재로 진화해 가야 합니다.

 

보성 정사/시경심인당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