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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거리두기

밀교신문   
입력 :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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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 가득 펼쳐진 하늘 아래로 초록빛 물결, 울긋불긋한 꽃들의 조화로 향기가득 채우던 오월. 멋진 향기로 계절의 여왕임을 표현했던 오월이 올해는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생동감으로 설레임을 담은 봄바람은 아쉽고, 오월에 붙여진 의미가 많아 다양한 모습으로 인연 짓던 모습들이 변화된 일상으로 조심스레 인연을 지어가고 아직도 사람들의 마음이 많이 멈춘 듯 느껴지는 모습들....

 

화창한 봄날에도 항상 마스크를 쓰고, 어디를 가든 항상 손 세정제 사용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 세상이 잠시 멈춰 버린 듯한, 스스로가 모두 격리된 느낌, 평범한 일상이 그립다고들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하던 사회적 거리두기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함에 따라 일상생활 또는 업무 등에서 활용할 기본지침과 세부지침을 확정하고, 정부는 개인방역을 위한 5대 기본수칙과 4대 보조수칙, 집단방역을 위한 집단 기본수칙을 제시하였고, 우리는 이를 잘 지키고 있는 듯합니다.

 

부담스런 사회적 거리두기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 되자 앞으로는 물리적인 거리두기를 통해 서로간의 일정 거리를 두는 것도 필요함을 인지하고 우리 일상에 새롭게 자리 잡은 모습들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갑작스런 예측하지 못한 현실상황이 한계상황이 힘들게도 하지만, 우리는 마스크 생활이 기본 필수로 익숙해졌고 보이지 않는 벽이 있듯 가능한 멀찍이 떨어져 지나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어리둥절해 하며 위축되었던 마음들도 너무 가까우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새롭게 자리 잡은 일상이 펼쳐졌습니다.

 

바이러스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쓰기와 함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비말이 튀지 않도록 마스크를 항상 쓰고 있게 되고 말과 행동에서도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말과 행동을 하는 새로운 개념의 거리두기가 기본이 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나를 보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의미인 거리두기는 내가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상대에게는 내게 가까이 오지 말라는 뜻으로 비쳐질 수 도 있는 상황입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거리는 지키기도 쉽고, 서로가 조율하기도 쉽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의 거리 조절은 중요하지만 상당히 어렵습니다.서로의 느낌과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주위만 맴돌며 에너지를 다 소진하면 점점 더 생각과 의도와는 다르게 점점 더 힘들어지게 마련입니다.

 

물리적으로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무증상자로부터도 감염될 수 있다하니, 상대방에 대한 의심과 공포로 우리가 살아가는 소중한 관계에서 마음의 거리까지 너무 멀리 두진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아무리 가깝고 친한 사이에도 거리감은 존재합니다. 가까이 산다고 또 자주 본다고 그 사람과 무조건 가까운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가깝다고 무조건 이해를 바란다면 부담이 생길 수 있고, 적당한 거리에서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서로 부담도 적고 고마운 마음이 더 커져갈 수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일 년에 한 두 번 보아도 매일 만났던 사이처럼 친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기도 하듯, 이렇게 심리적 거리와 물리적 거리는 비례하지도 않습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생활하는 곳에서는, 또 모든 관계에서도 항상 넘지 말아야 할 선()’, 서로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하고 싶은 대로하고 갖고 싶다고 마음대로 다 가지려고 하고, 내가 바쁘다고 신호등이 빨간 불이어도 신호를 지키지 않고 그냥 건넌다면, 우리가 함께하는 사회는 매우 혼란스럽고 어수선해집니다. 그래서 사회 질서를 지키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꼭 지켜야 할 약속들, 규칙, 법이 존재합니다.

 

, 시절의 변화에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과 약속이 새로 생기기도하고 바뀌기도 하고, 또 다른 시각으로 전환하기도 합니다.

 

빠르게 흘러가던 일상의 속도에 익숙했던 모두에게 잠시 멈춘 듯 펼쳐진 이 시기에, 스스로를 돌아보며 움켜쥐고 있었다면 되도록 많은 것을 내려놓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 악보의 쉼표같이 한 박자 쉬면서 주위에 영향을 주는 내 마음의 거리두기를 조절해 봄이 어떨까요?

 

심정도 전수/승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