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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스스로 마음의 꽃밭을 일구는 사람들

밀교신문   
입력 : 2020-05-12  | 수정 : 202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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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너무도 어처구니없이 그것도 단 두 달 만에 세상의 판도를 확 갈아엎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뉴노멀(새 표준)이 된 물리적,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비대면, 비접촉)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직은 혼란스럽다. 그나마 존재감이 유일무이했던 집의 역할이 크게 부상되면서 재택근무지인 사무실로, 학생들의 교실로, 때로는 영화관으로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는 있지만, 그것도 어쩐지 불안하고 석연치 않다. 혹자들은 코로나 사태 이전으론 이제 되돌아갈 수는 없을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류 탄생 이래 이렇게 혹독한 고립감과 단절감을 몸소 체험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듯싶다. 인간이 친밀감을 형성하는 데는 단연 스킨십이 최고임을 그 누가 모르겠는가. 어쩌자고 우리는 눈앞에 있는 사람도 만나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바이러스는 숙주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므로 인간은 지구를 영원히 숙주 삼아 지구를 오랫동안 떠돌 것이다. 지구가 숙주이고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바이러스인 것처럼 느껴진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사색은 사라지고 접속만 남은 시대이다. “나는 접속(클릭)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그리 기쁘게만 여겨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종조님께서는 마음 가운데 선량한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 곧 불법이며, 항상 자성을 닦으며 밖에 있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모든 것은 안에 있으니 밖에서 구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이 항상 새로우면 어떠한 것이라도 항상 새로운 것을 맛볼 수 있다.”고 설하셨다. 또한 진각교전에 자기 일신 안락위해 기원함은 중생이요. 일체 봉사하기 위해 자기안전 얻는 것은 이것이 곧 불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난세에 훌륭한 인물들이 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할수록 매번 인간의 가치가 새롭게 정의되곤 한다. “가장 사회적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는 이타적 행위라는 어느 책에서 읽은 한 대목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이른바 이타자리의 삶이런 삶은 인간관계에서도 고스란히 그대로 적용된다.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 곧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고 최후에는 자신을 참되게 살리는 길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에 잃어버린 진정한 삶을 되찾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는 세상이 어찌 되었건 묵묵히 자신의 맡는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도 숙연하게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함이 없는 마음으로 조용히 자신을 일깨우고 자신을 돌보며 언제나 그 누군가가 기뻐할 그 무언가를 생각한다. 지극한 마음으로 꽃밭을 가꾸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가 자신이 되어 지금 여기서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려는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정호승 시인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그의 시 봄길처럼 누군가는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만든다.”고 했다.

 

여전히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 일터이고, 그러기에 우리는 또다시 삶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진정한 삶을 되찾는 방법은 매 순간순간의 삶에 자기만의 지혜와 오래된 기도의 서사(이야기)가 있는 삶, 그리고 신화와 꿈과 이야기와 신비주의와 회향하는 삶을 회복하는 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로 한창 지치고 힘겨워할 때 그 누군가는 마음 밭을 일구듯 정원의 화단에 꽃씨를 뿌리고 거름을 하고 물을 주며 꽃밭을 가꾸었을 것이다. 언젠가 다 함께 불공드리는 날을 생각하며 보살님들이 기뻐할 모습을 떠올리며 불공드리는 마음으로, 회향하는 마음으로 꽃밭을 일구었으리라. 3월 어느 날 동네 한 바퀴를 돌아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막 들어서려는데 희미한 불빛 사이로 심인당 화단의 꽃들이 코로나19를 뚫고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날따라 왠지 어린 생명들을 지켜보고 있는 나 자신이 한없이 숙연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신비주의(·환상·이야기), 공동체에 회향하는 삶, 오래된 기도의 회복이 없는 한 세계적 이 대재앙으로부터 벗어날 길이 없어 보인다.

 

수진주 전수/홍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