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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한송이 꽃이라네

밀교신문   
입력 : 2020-03-23  | 수정 :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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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광 저자·조계종출판사 펴냄·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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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지에서 만난 깨달음의 순간을 펜 끝에 담아낸 조계종 교육부장 진광 스님의 그림일기가 최근 발간됐다.

 

2013년부터 교육원 소임을 맡아 교육원 순례를 맡아 진행해온 진광 스님이 선방 정진 시절부터 만행 삼아 순례를 하며 세계 130여 개국을 여행하는 행운을 누린 까닭에 이른바 밥값재능기부를 하고자 해외순례를 처음 기획한 것이 벌써 7년이 되었다. 그동안 스님이 국내외 순례를 갈 적마다 새롭게 보고, 듣고, 경험하며 느낀 것들을 벼 이삭을 줍는 마음(滯穗遺秉)으로 한데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매년 해외 순례를 기획하고 동행하며 스님은 작은 수첩이나 다이어리 등 여백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틈틈이 순례 중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일기장이 무려 열 권이 넘는다. 그 안에 담긴 그림 한 점 한 점에는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여행을 구도의 길이자 깨달음의 길로 삼은 스님에게는 시방세계 곳곳이 모두 꽃밭이요, 하나의 큰 꽃이다. 스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바로 깨달음의 순간이 있다. 촌철살인의 짤막한 글과 투박하지만 담백한 그림에서는 한순간도 소홀히 하지 않는 구도자의 시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깨달음의 순간을 날카로운 펜 끝에 담아낸 스님의 그림은 어느 것 하나 아깝지 않은 것이 없다. 수백 장의 그림을 한 점 한 점 추려 모으고 글을 다듬어 한 권의 책으로 묶는 작업은 또한 스님이 걸어온 순례의 역사를 아우르는 작업인 만큼 쉽지는 않았다.

 

학창 시절 한 번도 미술이나 예술 방면에 소질을 드러내거나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는 스님이 이같이 그림책을 펴내는 무모한일을 벌인 것은 오로지 순례 길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픈 마음에서이다. 아울러 불자가 아니더라도 불교를 쉽게 이해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기도 하다.

 

진광 스님은 누구나 이렇게 나름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책을 묶어 펴낸 이유를 밝혔다.

 

이재우 기자 san108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