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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 듯, 봄인가요?

밀교신문   
입력 :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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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면 자연스레 오는 봄이지만 완연한 봄이 오는 길목에는 항상 꽃샘추위가 잠시 들렀다 가듯이 반복되는 계절의 변화는 봄인 듯 봄이 아닌 듯, 해마다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의 순리입니다. 
 
봄이 옴을 알리는 입춘(立春)도 지나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도 지나 활기차고 생동감 있게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시기인데...
 
자연의 흐름은, 자연의 순리는 늘 그렇듯이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 가고, 늘 그렇게 3월이 되면 학생들은 새로운 학년, 새 학기 시작으로서 마음을 새롭게 하여 생동감 가득 활기찬 학교생활을 시작했었습니다.
 
봄바람 꽃샘추위에도 새로운 희망으로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어 새롭게 시작을 하는 시간이었기에 당연한 하루를 시작했고, 한 주를 시작하고 또 한 달을 새롭게 시작했었던 3월의 봄이었죠. 늘 그렇듯 소소한 변화의 반복된 일상들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흐름에 늘 반복되던 우리 모두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펼쳐졌습니다.
 
일상에서 현사회의 빠른 변화와 함께 익숙해져 앞만 보고 달리며 바쁘다는 생활에, 매일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작은 변화에서부터 큰 변화까지 많은 변화를 겪으며 살고 있었지만,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은 계절을 잠시 멈추어 세워둔 채, 반복되던 일상들마저도 다르게 펼쳐지게 우리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입니다. 절기로는 분명 봄인데 봄 같지 않은 추운 날씨에 쓰기도 하지만, 좋은 시절이 왔어도 현재 상황이나 마음이 아직 여의치 못할 때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은 봄날이, 고장 난 시계처럼 더디 가고, 멈춘 듯이 느껴지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는 듯합니다. 뜻하지 않게 바뀌고 달라져버린 일상의 불편함과 어색함에 마음이 많이 불편해지고 답답하며 피곤해짐이 벌써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여러 날이 지나고 있습니다.
 
반갑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안녕하세요~~” 활짝 웃으며 인사하던 얼굴들을 자주 보기 어렵게 바뀐 일상은 낯설지만 마스크 생활은 점점 익숙해져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모습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듯 예전과 다르게 가능한 한 멀찍이 떨어져 지나치는 모습들... 
 
마주보고 커피 한잔을 함께 하는 것, 함께 식사를 하는 것,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자주 만나고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나 당연했던 모습들이, 평범했던 일상이 그리운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시 언제 당연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하는 염려까지 더 해지는 하루하루에 우리의 마음은 무거워져 매서운 추위를 견뎌내고 있는 듯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소소한 선택상황들, 예측하지 못한 급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돌발 상황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한계 상황들이 펼쳐진 이 모든 상황이 우리를 힘들게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속에 잠재되어 있는 가능한 힘으로 더 성숙하게 만들어 주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평범하고 당연했던 그냥 그랬던 일상들이 그리워지고 새삼 소중한 것임을 느끼는, 익숙함에 젖어 평범했던 하루하루 일상의 가치가 달라지는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가 어떤 생각 속에 많이 물들어 있는지 보이시나요?
 
현재 주어진 환경은 지금 나를 어떻게 자극하고 있습니까?
 
지금 어떻게 반응하고 계십니까?
 
일상이 무너져, 마음이 물들어 힘드십니까?
 
반복된 일상들, 익숙한 것들이 무너질 때 우리는 당황하기도 하고,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 흔들리고 당황하는 마음을 극복해야만 익숙한 것들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봄은 왔지만 모두에게 봄이 온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추우면 따뜻함을 찾고, 더우면 시원함을 찾듯이 우리의 마음은 부드럽고 따뜻한 봄의 기운 같은 온도가 유지되어야 힘이 들더라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봄은 꽃샘추위에도 어김없이 옵니다.
 
봄인 듯, 봄이 아닌 듯, 잠시 머무르는 듯 그렇게 지나갈 뿐입니다. 늘 그러했듯이...
 
심정도 전수/승원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