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막의 꽃 돈황 벽화전

허미정 기자   
입력 : 2004-08-18  | 수정 : 200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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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은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미술이 실크로드라는 무역로를 거쳐 들어와 돈황석굴로 꽃을 피운 곳이다. 불교문화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돈황석굴은 모래바람 등의 모진 환경을 이겨내며 지금도 1500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고난의 세월 흔적이 베여있는 돈황 석굴의 벽화가 중국이 아닌 서울에서 그 찬란함이 피어나고 있다. 돈황석굴에서 7여 년 돈황벽화를 위해 살아온 화가 서용(42)씨가 8월 4일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옥션센터에서 '영원한 사막의 꽃-돈황'전을 열었다. 서울대 미술대학 동양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베이징으로 유학 길에 오른 서씨는 96년 현대미술의 허상에서 자괴감을 느끼고 머리를 식힐 겸 돈황에 갔다가 매력에 빠지고 말았다. "중국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열었지만 현대의 미술이 주는 일시적이고 순간적인 자극에 고무되어 한 시대의 유행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무렵 해답을 준 돈황벽화를 보고 머리가 흔들릴 정도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중국 북경중앙미술학원 석사를 마친 서씨는 현대미술에 비길 수 없는 강한 힘으로 귀국을 포기하고 다시 난주대학 돈황학 박사과정을 위해 벽화 연구에 매진했다. 서씨는 먼저 한치 앞도 안보여 암흑으로 변할 정도의 모래바람 속을 뚫고 500여 개의 동굴에 들어가 벽화 그대로를 모방해서 그리는 임모작업을 했다. 또 임모작업과 병행해서 원대 밀교의 영향을 받은 벽화 속 형상, 막고굴 천장과 벽 등에서 찾아낸 다양한 문양, 미륵과 관음, 비천상을 조합하며 새로운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7여 년 동안 돈황과 같이했고 이미 반 이상은 돈황 사람이 됐다고 말하는 그의 이번 전시회는 대나무처럼 늘어진 마에 진흙을 이겨서 백토를 바르고 부분적으로 깎고 갈아 내 자연으로 인해 닳은 벽화들의 풍상을 재현한 40여 점의 작품들 속에서 그의 돈황 열정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벽화 재현도 재현이지만 재창조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결합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돋보이는 점이다. 일정한 화불을 화면에 가득히 배치하고 중앙에 별도의 불화를 넣어 천장 그림으로 가장 아름답다는 '수하설법 천불도(10m×2.45m)'와 개인적으로 내용을 풀어 땅이 주는 남성적 기운을 담아 보살상을 거칠게 표현한 '괴벽지가(2.55m×1.8m)', 한 부분을 발췌해 한 작품을 창조한 '변상도 연작'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중국 당국이 특별 관리하여 잘 공개되지 않는 158호굴 와불, 57호굴 관음상 등은 서씨의 전시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한국 화단에 돈황연구소를 마련해 돈황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서씨는 "벽화는 역사를 그림으로 풀어놓은 역사서인 동시에 영원히 살아 숨쉬는 예술입니다. 돈황벽화와 맞닿아 있는 한국의 석굴암은 종교를 초월한 우리의 순수한 예술작품이자 뿌리"라고 강조했다. 돈황벽화를 소재로 한 전시로서 국내에서 첫 개인전인 서용 벽화전 '영원한 사막의 꽃- 돈황'은 8월 31일까지 개최된다. 02-395-0331 허미정 기자 hapum@milgyo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