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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각자는 무엇이라 하였나.

밀교신문   
입력 :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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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영원한 우주의 법칙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변함이 없는데 사바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 해가 가고 오는 분별 속에서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좀 더 잘살아보자고 스스로 자신과 약속을 하며 살아온 한해입니다. 어떤가요? 각자의 삶이 잘 살아온 것 같은가요? 우리가 종교 생활을 하는 것도 좀 더 인간답게 살고 윤리적, 도덕적으로 잘 살고, 철학적으로도 잘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일반인도 그러한데 종교인은 더더욱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항상 이러한 생각이 살아있어야 하고 하루하루마다, 한 달 한 달마다 있어야 하고, 한 해가 바뀔 때이면 어김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점검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양심에 비추어보고 자신이 세운 가치관에 비추어보면 한 해 동안 삶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설혹 사회의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국가의 경제가 침체 되고 안보가 불안하다 하더라도 삶을 돌아보는 기준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추어보면 오늘 나의 모습이 얼마나 바르고 밝은지, 크고 넓은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참회입니다. 참회는 자기비판과 자기반성을 근본으로 하여 자기를 바로 알고 자기를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참회는 깨달음의 길로 가는 첫째의 계단이며 해탈로 가는 출발선입니다. 참회하지 않는 자리에는 실천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참회는 잘살아가는 삶의 근본입니다. 묵은 것과 새로운 것의 기준에 얽매여 아우성치는 우리는 참회가 필요합니다.

 

참회는 자신을 낮처럼 밝게 합니다. 참회는 대나무처럼 자신을 곧게 하고,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버리게 하고 벗어나게 합니다. 욕망의 늪에 빠지면 자신이 감정의 노예가 되어 있어도 알아차릴 수가 없습니다. 끓어오르는 성냄의 불구덩이에 들어가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인과의 이치를 알지 못하고 아집과 아만 속에 흠뻑 젖어있어도 결코 자신은 알아차릴 수가 없습니다.

 

참회하는 마음자리라야 비로소 알아차릴 수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참회합시다. 진정한 참회의 마음자리로 돌아가서 작금의 일어나고 있는 국가의 일들과 종단 내외에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서 진각종의 성직자로서, 또는 신교도로서 지금 나는 어떤 마음으로 내 자리에 서 있는지 진정으로 나를 돌아보고 나를 점검해 봅시다.

특히, 진각종에서 일하고 수행하고 있는 내가 진각종을 진정 사랑한다면, 진각종이 발전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머리로만 아는 것은 실천이 어렵습니다. 관념의 세계는 자기를 구속하기가 쉽습니다. 참회는 가슴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진정한 참회의 모습이야말로 해탈로 가는 길이며 열반의 세계로 가는 길입니다. 그리고 무상(無相)의 이치를 알아야 합니다. 모든 만물은 본래 실상(實相)이 없으며, 연기(緣起)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 자신은 물론, 명예나 지위 등은 더욱더 그러합니다. 그러기에 명예나 지위를 자기를 위해 사용하면 큰 고통을 받게 됩니다. 그것은 본래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것이 마치 자기 것 인양 자기를 위해 사용합니다. 닥쳐올 재앙이나 환란 등의 고통은 전혀 알지 못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은 영원하지도 않고 오래가지도 않습니다. 모든 만물은 각각 그 고유의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그 가치를 존중해야 합니다. 스스로 존재가치를 부정하고 무시하면 결국에는 자기 존재가치가 무시당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가 없는 인연으로 만들어집니다. 그것은 자기 파괴요 자기 상실입니다. 지금 현실은 자기 존재의 파괴 현상과 자기 상실의 현상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치를 알지 못하고 자기의 아집과 상에 빠져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과 상대방을 무시하는 일에서 빚어진 결과입니다. 현대사회의 병폐 중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자기 가치상실은 물질 만능 시대에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자기 삶에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주인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주인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자기 삶에 책임 있는 삶을 말합니다. 내 인생에서의 주인은 바로 내 자신입니다. 조연은 없습니다. 엑스트라는 더더욱 없습니다. 주인은 객을 탓하지 않으며, 불평불만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주인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알아서 스스로 하고 댓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주인은 눈치를 보지 않고 겸손하면서도 항상 떳떳합니다. 주인은 남에게 의뢰하지 않으며, 나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늘 고마움을 가질 줄 압니다. 한 해가 저무는 가장자리에 서 있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한 해를 살아왔는지, , 살아가고 있는지 나에게 묻고 답해 봅시다.

 

자기가 자신을 속이지는 않았는지,자신이 자기를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 생각합시다.

인을 지어서 과를 받음은 우주 만유의 법칙임을 명심하고, 인과 이치를 무시하고 진리의 이치를 무시하는 어리석은 삶을 살지 맙시다!

 

정진심 전수/낙산심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