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불자대회 참가기

운영자   
입력 : 2004-07-28  | 수정 : 200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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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불자대회 참가 전날 밤잠을 설친 나는 아침 일찍 승가대학에 도착하여 등록자 이름표를 확인했다. 등록자 명단에는 등록이 되어 있는데 내 이름표가 없단다. '무슨 법문인가?' 잠시 생각해 보다가, 다시 이름표를 만들어 가슴에 달고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벌써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이름표 문제로 늦어진 나와 다른 전수님들이 자리에 앉지 못했다. 개회의식은 캄보디아, 인도, 대만, 일본, 우리나라 순서의 예불에 이어 개회 예참불사와 기조연설을 끝내고 대회장을 나와 계단을 내려오는 중에 한 외국인이 우리에게 "어디서 왔어요?"라고 묻는다. 우리 셋이 모두 함께 "진각종에서 왔어요"라며 이름표를 보인다. 이름표에는 단지 불명과 나라표시만 있는데도 우리는 진각종이라는 종단명칭이 같이 있는 것처럼 착각한 것이다. "진각종?" "불교종단이에요?" 그 외국인은 프랑스 사람으로 우리나라에서 10년 간 스님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삭발한 머리와 회색 옷을 입고 있으면 모두가 조계종 스님인 것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우리를 본다. 점심은 뷔페식으로 준비돼 있었다. 스님들 자리로 줄을 서니 그 쪽 담당자들이 "보살님은 다른 곳으로 가세요. 이곳은 스님들이 식사하는 곳입니다"라고 한다. 우리는 "진각종 스승(님)들입니다"라며 이름표를 보인다. 마침 그 자리에 대구에서 오신 어느 절의 주지스님께서 '아, 진각종'하시면서 예전에 지광 종사님과 공부를 했었다며 우리를 반겨 주신다. 점심식사 후 시내 관광시간에 버스를 타는데도 스님들은 우리들에게 "보살님들은 내리세요" 하기에 한번 더 "우리는 진각종 스승님들입니다"라고 말하며 버스에 올라탔다. 같은 버스 안에 스님들이 이제는 우리들을 챙겨준다. 시내 관광 후 비구니회관에서 선재스님의 전통사찰음식 솜씨자랑으로 저녁 뷔페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첫날을 보내고 다음날 오전에는 우리나라 비구니, 여성불자들의 사회포교활동, 병원봉사, 어린이 포교 등에 대한 발표가 있었고, 점심시간이라 식당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을 때 어느 비구니 스님이 우리들 이름표를 보더니 어느 절에서 왔는지 묻는다. 우리는 다시 한번 "진각종에서 왔습니다"라고 하니 그 스님 왈 "아니 진각종과 천태종은 왜 삭발을 하지 않는가? 세계 모든 출가자들이 삭발을 하는데…"라며 엘리베이터를 탄다. "우리들은 생활 속에서 불교를 실천하고 수행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어느 보살님들은 우리들에게 옷의 색상이 마음에 든다며 이름표를 보고 어느 절에서 오신 스님들이냐고 묻는다. 진각종에서 왔다 하니 '아!' 하시는 보살님도 계시고, 또 궁금하다며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다. 외국인들도 우리들의 옷 색상과 머리모양은 다른데 이름표에는 스님이란 표시가 되어 있으니 궁금한가 보다. 슬슬 각 종단의 팜플렛과 활동 상황책자들이 대회장 현관 책상 위에 놓이기 시작한다. 우리들도 화경당 숙소 책상 위에, 대회장 현관 책상 위에 진각종의 영문과 국문 팜플렛, '진각의 길'을 올려놓았다. 몇 시간 후에 가보니 모두 없어졌다. 서양에서의 여성불자들의 활동상황과 또 그들의 수행생활상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남방 쪽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구니 스님들의 생활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 같았다. 미국의 초등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생활 속에서 불교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예를 화면과 함께 보여준다. 바로 옆방에 계셨던 카루나 다르마 스님은 미국에서 첫 비구니계를 받으셨고 몸이 불편하신 분이다. 한 쪽이 마비가 되어 거동하시는데 불편해 보여 우리들이 도와 드리려고 하면 괜찮다고 사양하셨다. 그 분은 미국에서 많은 서양인들이 비구니계를 받고 또 재가인으로 교단에서, 선 센터에서 불교를 연구하고 불교를 전파하고 책을 저서하기도 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서양 여성불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본인은 몸이 아픈 관계로 교도소 방문은 하지 않고 있지만 e-mail을 통해 60여명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텐진빠모, 까르마-렉쉬쏘모 등 많은 분들께서 '여성불자들이 또 여성이라는 어머니와 같은 마음의 소유자이기에 그러한 조건으로 사회 곳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며 샤카디타가 일어서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불자들이라면 수행과 실천이 같이 있어야지 따로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와이 중국인 3세 말리아 도미니카 웡 수녀님의 발표였다. 수녀원의 원장인 그녀는 불교를 알고 나서, 팔정도를 알고 실천적인 덕목을 얻었고 또 십바라밀은 마음의 언어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는 말에 많은 박수를 얻었다. 60여명의 발표가 있었고, 그에 따른 그룹토의를 여러 차례 가졌다. 그 중에 어느 보살님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음성공양을 하며 군포교를 위해 포교사 자격증을 따고 또 어린이 법회를 하는 모든 분들이 보육사자격증을 소유한 사람들이란다. 그 말에 귀가 번쩍. 우리 자성동이들을 위해 우리 종단에서 각 심인당 자체대로 자성동이 포교, 재소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 자성동이들을 위해 보육사자격증을 가지고 어린이 포교를 하는 곳이 몇 군데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대회 마지막 날 폐회예참을 끝내고 법의를 입은 채 그대로 로비로 내려오니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들을 보며 '아름답다' '그 법의 디자인은 누가 했는가?' '일본에서 왔는가?' 라며 묻는다. 진각종이라 하니 이미 가지고 있던 우리 종단 팜플렛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이번 여성불자대회는 진각종이 모든 비구니, 일반 보살님들에게는 아니었어도 불자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으며 스님들에게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우리 진각종이 아니었는가를 생각해본다. 회향의 밤. 참석자 모두가 보현행원의 촛불을 들고 대운동장으로 향한다. 어두운 대운동장 바닥에 어두움을 밝히는 많은 팔각등이 눈에 들어왔다. '샤카디타' 라고 쓰여진 팔각등의 둘레를 돌며 세계 인류평화를 기원하고 다음 개최지인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기를 다짐한다. 이번 행사가 원활히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은 200여명 자원봉사자들과 학인 스님들의 일사불란한 일 처리, 각자 맡은 바의 임무를 착실히 수행한 덕이 아닌가! 나는 많은 불자들의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아니하는 곳의 보시바라밀 행, 정진바라밀의 행, 더 나아가 육바라밀의 행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웠으며 이러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종단에 감사드리고, 진각종에 몸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